더 이상 아저씨들 만의 투어가 아니다. 프로골프 무대가 신세대의 약진으로 젊어지고 있다. 결혼과 출산 등의 이유로 어린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여자골프와 달리 남자의 경우 기량이 무르익는 30대와 40대가 투어를 지배해왔던 게 사실. 하지만 최근 미국 PGA투어는 물론 국내도 20대의 강세로 ‘투어 기상도’가 크게 바뀐 모습이다. 올 시즌 20개 대회를 치른 미국 PGA투어에서 20대는 8개 대회 우승컵을 차지했다. 준우승 횟수도 6차례나 됐다. 반면 40대 챔피언은 지난해 9명에서 2명으로 크게 줄었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23)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와코비아챔피언십에서 최근 6년간 투어의 최연소 우승자로 등장하며 이 같은 추세에 더욱 부채질을 했다. 투어 홈페이지는 7일 20대 주자로 앤서니 김과 세계랭킹 3위 애덤 스콧, 마스터스 챔피언 트레버 이멜만 등을 꼽으며 이번주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리안투어 역시 올해 열린 5개 대회 가운데 최경주(38)를 제외하면 우승자 4명 중 3명이 배상문(22ㆍ캘러웨이), 이승호(22ㆍ투어스테이지), 김형성(28ㆍ삼화저축은행) 등 20대였다. 19개 대회에서 11승을 올렸던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기세다. 김경태(22)와 강성훈(21ㆍ이상 신한은행), 강경남(24ㆍ삼화저축은행), 홍순상(27ㆍSK텔레콤), 김대현(21ㆍ동아회원권) 등이 우승을 벼른다. 아시아투어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노승열(17ㆍ경기고)도 내년 국내 그린 정복에 나선다. 20대는 연예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커다랗고 반짝거리는 혁대 버클, 대담한 디자인과 원색계열 의상 등으로 눈길을 끈다. 더욱이 현대적인 스윙과 세련된 쇼트게임 기술, 스포츠맨다운 체격 등까지 겸비해 투어를 장악하고 있다. 특히 20대 초반은 10여 년 전부터 ‘황제’ 타이거 우즈(32ㆍ미국)를 보며 입문한 ‘타이거 키즈’ 세대들이다. 액션배우를 연상시키는 우즈의 몸매와 다이내믹한 스윙에 영향을 받은 그들은 선배들과 달리 웨이트트레이닝과 이미지메이킹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조기 교육과 레슨 프로그램의 발전 등도 전성기 연령을 낮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젊어지는 투어는 유소년 및 잠재 골프인구를 불러들여 골프산업 전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내에서도 개성있는 20대가 야구나 축구처럼 골프도 ‘관람하는 스포츠’로 변모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