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아파트 가격 하락 '찬밥신세'

공급 느는데 수요 갈수록 줄어… 강남 노른자위도 매수자 없어
대형과 평당가격차 점차 커져


소형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 강북지역이나 수도권에서 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에서조차 10~25평 미만 소형 평형이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역별로 격차는 있으나 30평형대 이상 아파트는 가격을 유지하거나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울 내 아파트 소형-대형 평형 평당가격 차이가 지난 2003년 초 평당 375만원에서 2004년 516만원, 2005년 570만원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대형은 매물 없고 소형은 매수자 없어=노원구 상계동 일대 소형 평형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내놓은 매물이 거의 빠지지 않고 있다. 마들역 인근 중개업소들의 경우 10~20평형 이하 소형 평형 매물이 중개업소마다 60~70개 정도 나와 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30평형 이상 중대형 매물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상계주공 9ㆍ11단지 등 18평형의 경우 7,000만원선에 매매가가 형성돼 있다. 이는 2002년께 9,000만원에 이르렀던 것에 비해 20%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이에 반해 30평형대 이상 아파트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남권에서도 소형 평형은 비인기 평형이다. 서울 4차 동시분양에서 분양된 잠실주공 2차 아파트의 경우 12평형 아파트는 3순위 청약을 마치고도 총 868가구 중 246가구나 미달됐다. 목동의 경우 신시가지 10단지 20평형은 2억8,000만원선인 데 반해 27평형은 4억6,000만원선으로 2억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수도권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다. 경기도 평촌 범계동 부동산의 한 관계자는 “대형 평형은 매물이 없어 못 팔고 소형 평형은 손님이 없어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범계 목련마을 아파트의 경우 47평형이 평당 1,5000만원선인 데 반해 21평형은 평당 700만원선으로 평당가격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왜 떨어지나=소형 평형 아파트 가격이 추락하고 있는 이유는 ▦소형 평형 공급량 확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강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격차확대 등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이유는 소형 평형 주거공간 공급은 늘어나는 데 비해 수요는 주는 것이다. 게다가 10~20평형대 소형 평형 아파트는 최근 아파트 외에도 소형 주거용 오피스텔, 국민임대아파트 등의 대체 주거지가 대거 공급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 지역 25평 이하 오피스텔 입주량은 ▦2003년 3만3,408실 ▦2004년 4만1,000실 ▦2005년 4만6,459실로 늘어왔다. 국민임대 입주량 역시 전국적으로 2002년 1만34가구에서 ▦2003년 2만5,838가구 ▦2004년 2만3,454가구 ▦2005년 2만7,492가구로 대폭 늘어나고 있다. 공급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수요는 줄고 있다. 소득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의 소득격차가 계속 벌어지면서 소형 평형 수요자인 서민들이 집을 살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 노원구 상계동 상원부동산의 손용준 실장은 “2000년 초반에 대출을 대폭 안고 산 소형 평형 소유자들이 금융부담을 이기지 못해 집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게다가 집을 살 능력이 되는 중산층 이상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강화로 대형 알짜 아파트를 골라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평형간 가격차이가 커질 경우 집을 늘려가는 것이 힘들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소득계층간 격차를 더 벌리는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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