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징후 日 다시 "비상" 중남미 국가부도사태 우려요동치는 금융시장 속에서 실물경제마저 악화 조짐을 보이는 등 미 경기의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를 먹구름 속으로 몰고 있다.
당초 미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세계 경제는 올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국발 악재가 세계 주요 경제권에서 경기 재둔화에 대한 우려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우선 가장 불안에 떠는 곳은 일본이다. 최근 일본 경기는 최저점을 친 것으로 평가되는 등 경기회복 징후가 나타내고 있지만 미 경제가 흔들리면서 일본 경제에 또다시 비상이 걸리고 있다.
특히 엔고(円高)는 일본 경제에 가장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일본 정부가 수차례 시장 개입을 통해 엔고 저지에 나섰지만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미 기업들의 잇따른 분식회계 파문은 미 경제에 대한 신뢰감 상실로 달러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현 상황에서 달러화 약세-엔화 강세를 막을 막한 정책적 묘수가 없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전자제품과 자동차 수출이 최대 희망인 일본 경제의 가격 경쟁력 상실은 사실상 '재앙'이라고 전했다.
아시아, 중남미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도 미국 경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머징마켓 국가들이 내수보다는 수출에 경제 전반을 의존하고 있는데다 주수출시장이 미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기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중남미 경제의 경우, 미 경제의 침체가 이어지면 국가 부도 등 극단적인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 경제의 견실한 회복세도 미 경기 불안 앞에서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이머징마켓 일부 국가에서 대(對)미 경제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도 있으나, 이머징마켓 속성상 외부충격에는 극도로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유럽 경제 역시 미 경제 불안의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유로화 강세로 내수 등 자체적인 성장 동인(動因)은 촉진될 수 있으나 수출 경쟁력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도 이 같은 점이 지적됐다.
또 글로벌화한 세계경제에서 미 경기 침체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은 유럽 경제에 짐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결국 최근 미국 경제의 불안 조짐은 일본을 비롯 이머징마켓 등으로 도미노 현상을 촉발, 세계 경제의 또 다른 동반 침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