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울리는 상가 허위광고 '주의보'

"백화점 입점한다" 믿고 매수 했다 투자금 날려
사전단속 없고 처벌도 솜방망이… "개선 시급"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노모(65)씨는 은퇴 이후 매달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위해 수익형 부동산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에 띤 곳이 명동의 하이해리엇(현 타비) 상가였다. 위치가 좋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노씨의 마음을 끈 것은 ▦미국 유명 백화점 입점 확정 ▦명동역 지하철과 바로 연결되는 위치 등의 광고 문구였다. 분양 조건도 좋았다. 분양가의 45%는 무이자로 대출해주고 시행사인 월드인월드 측은 노씨에게 5년간의 임대료를 확정해주겠다고 해 3.3㎡당 5,000만원이 넘는 비싼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전재산 4억원을 들여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계약 뒤 시행사 측이 내건 광고가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고 시행사 측은 5년간의 확정 임대료도 줄 수 없게 됐다고 말을 바꿨다. 노씨는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소송을 걸었고 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도 났지만 시행사 측은 이미 재산을 빼돌리고 잠적했다. 여기에 월드인월드와 함께 시공사로 계약자들의 중도금 대출보증을 선 S건설은 최근 중도금을 금융권에 갚고 노씨에게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노씨는 “상가는 구경도 못했는데 원금을 돌려받기는커녕 중도금 대출까지 물어야 할 판”이라며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고 억울해 했다. 현재 노씨와 같은 상황에 처한 계약자들이 수십명에 이른다. 은퇴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것을 악용해 허위ㆍ과장 광고가 끊이지 않지만 처벌은 극히 미약한 실정이다. 현재 상가 광고 등은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지만 이 법은 사후규제만 가능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 규정상 사전에 허위광고 등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사후규제의 경우에도 최고 5억원, 매출액의 2%까지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이 유일하며 이마저도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2,574건의 시정조치에서 과징금이 부과된 경우가 27건에 불과했다. 실제 월드인월드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허위ㆍ과장 광고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하는 데 그쳤다. 노씨는 “일반인들은 광고밖에 믿을 게 없는데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며 “사전단속도 없고 솜방망이 처벌만 있으니 허위ㆍ과장 광고가 판을 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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