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리더십 컨퍼런스] 이사벨 아길레라 전 구글 스페인·포르투갈 CEO

"여성 기업인들에 필요한 덕목은 멀티 태스킹 능력·위기대응 순발력"
■ 여성과 기업
기업 지배구조·경제 효용성 등
세계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여성이 중요한 역할 담당할 것

이사벨 아길레라 전 구글 스페인·포르투갈 CEO가 30일 세계 여성리더십 컨퍼런스에서 '여성과 기업'을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조영호기자

지난해 한국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82.4%로 처음으로 남학생(81.6%)을 앞지를 정도로 높아졌다. 하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2%로 아직 절반을 넘지 못한다. 특히 기업체에서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들의 진출은 열악한 형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100대 기업에 진출한 여성 직장인 비율은 23%이며 이 가운데 여성 중간관리자는 7.1%, 여성 임원은 불과 1.1%에 그쳤다. 여성이 기업에 들어가 뿌리를 내리기에는 여전히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기업인으로 손꼽히는 이사벨 아길레라 전 구글 스페인ㆍ포르투갈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여성리더십 컨퍼런스'에서 '여성과 기업'을 주제로 한 세션에 참석했다. 아길레라 전 CEO는 기조 연설에서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 참여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이 약 15%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지만 25개 사업체 임원 중 여성 비중은 10% 수준에 그쳤고 상장 회사 이사회에서의 여성의 참여 비율도 2%에 불과하다"며 "의지가 확고하면 행동이 강력해지는 것처럼 여성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그만큼 노력을 기울이면 원하는 결과를 얻고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보기술 및 방위시스템 업체인 인드라시스테마스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는 아길레라는 델 컴퓨터ㆍGEㆍ구글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의 지사장을 역임하면서 '세계 50대 영향력 있는 기업인(포춘)' '유럽의 25대 경영인(파이낸셜타임스)' 등에 꼽혔다. 아길레라 이사는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재능, 혁신, 상상력, 기술,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과 마찬가지로 여성도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능력을 분석하고 방향과 전략을 설정해야 하며 길고 크게 바라보고 결단을 내리고 행동에 옮기며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보에 대한 온전한 기회와 접근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 보고 변화를 일구는 능력 ▦장기적인 안목 등 성공의 전제조건을 바탕으로 여성들이 기존의 규칙을 깨고, 큰 물고기(남성 혹은 제도적 굴레)가 더 이상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지 않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인으로서 여성에게 필요한 덕목으로는 ▦멀티 태스킹 능력 ▦비즈니스 기민성 ▦기술에 대한 활용 능력 ▦모호성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위기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순발력 등을 제시했다. 21세기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아길레라 이사는 "기업 지배구조, 경제 효용성, 환경 등 세계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서 여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특정 성에 대한 불이익적인 구조가 남아 있는 나라들이 있는데 이런 국가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패널 토론에 나선 쉬린 안 자하라 무히우딘 코스튼스미스에셋매니지먼트 CEO는 기업 이사회에 여성 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회사에 투자할 때 일반적으로 해당 회사 재정, 비즈니스 타당성, 개선부분, 이사회 구성 등을 고려한다"며 "이사회 구성에서 특히 남녀의 다양성을 보장할 경우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진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여성 이사가 있을 때 부패 정도가 떨어지고 오히려 부패 등 문제점이 개선되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목격했다"며 "주가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효율성과 투명성에도 여성 이사회 임원은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심수옥 삼성전자 전무는 기업체에서 다수의 남성들이 여성을 동료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냐는 질문에 "이 문제는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 경영상 필요 때문"이며 "산업 경쟁 지형의 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심 전무는 "삼성전자의 소비자 가전 분야에서는 요즘 하드웨어 기기와의 융합이 화두가 되면서 디지털 카메라의 최대 경쟁사가 과거에는 카메라 회사였지만 지금은 휴대폰 회사가 됐다"고 예를 들며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고 여성과 남성이 함께 일하는 것도 바로 비즈니스 경영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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