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2일 오후 늦은 시간 예고 없이 브리핑실을 찾았다. 그는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청와대나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를 피하거나 뒤에 숨거나 할 생각이 없다. 다 정부가 하는 일인데 대통령안이 따로 있고 총리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사송고 마감시간에 쫓기고 있던 기자들에게는 '대통령의 생각과 총리의 생각이 같다'는 취지의 말이 귀에 확 꽂혔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아침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의 단독회동에서 "세종시는 충분히 숙고해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이 수석의 발언은 이 대통령의 '숙고' 발언에 비해 훨씬 앞으로 나아간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세종시 원안수정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총리와 같다면 대통령의 생각은 총리 내정 이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던 셈이고 따라서 앞으로 세종시 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정운찬 총리의 말대로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세종시의 원안수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야권 모두가 반대하는데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원안고수' 입장이 워낙 확고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세종시는 정파 간 타협의 산물이었다는 점에서 태생적으로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2003년 참여정부는 신행정수도건설 특별조치법을 한나라당의 반대 속에 국회를 통과시켰으나 이듬해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이 내려진 뒤 여야는 오랜 협상 끝에 2005년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당시 참여정부가 신행정수도건설을 추진한 명분은 '수도권 과밀해소'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를 충청권의 표심을 노린 '정치적 꼼수'로 여겼고 양측은 오랜 다툼 끝에 청와대와 주요 행정부처는 수도권에 존치시키고 일부만 세종시로 옮기는 기형적인 정치적 타협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이제 다시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 원안수정 방침을 제기했다. 그런데 야당과 친박계는 친이계의 '정치적 속셈'을 의심하고 있다. 이런 의심이 있다면 세종시 논란은 이번에도 세상만 소란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