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증시 안전판 역할 줄어들듯…

국민연금, 주식 기계적 매매 안한다
기금운용 리스크 커져…5년간 거래비용은 3,200억 절감


국민연금기금이 3일 포트폴리오 비중을 목표비중에 맞추는 리밸런싱 방식을 변경함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손인 국민연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주식시장이 급등할 때 과열을 막거나 하락기에 하방지지선 역할을 하던 기능이 줄어들어 시장의 브레이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이날 열린 회의에서 자산 가격 변화에 의한 비중변화를 자산별로 국내주식 ±2.0%포인트, 해외주식 ±0.8%포인트, 국내채권 ±3.3%포인트, 해외채권 ±0.5%포인트, 대체투자 ±1.2%포인트까지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말 국민연금이 투자하도록 정해진 국내주식의 목표비중이 16.6%지만 14.6%에서 18.6% 이내에 있으면 목표치를 맞춘 것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연도 말 자산별 목표비중을 정하면 그에 따라 매월 목표비중을 설정한다. 그 결과 매월 말 실제비중을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자산을 사고 팔아야 했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도 어쩔 수 없이 정해진 목표를 지키기 위해 주식을 팔아야 했고 주가가 더 떨어져 보다 싸게 주식을 사들일 수 있어도 목표비중을 맞추기 위해 이른 시점에 사야 해 더 많은 수익을 추구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 지출도 적지 않았다. 국내주식의 경우 거래할 때 수수료와 증권거래세를 내야 하는데 올해 9월까지만 증권거래세가 약 630억원 지출됐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 금액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5년간 현행 방식을 유지할 경우 약 4,167억원의 거래비용이 발생하나 새 제도를 도입하면 비용이 약 980억원으로 줄어 약 3,2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 비중을 맞추기 위해 조금만 사고 팔아도 시장이 출렁거리는 일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이다.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새 제도하에서는 리밸런싱 빈도가 5년간 60회에서 18회로 줄어들고 총 거래규모도 5년간 218조원에서 58조원으로 크게 감소한다. 같은 기간 평균 거래규모는 3조6,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최대 거래규모는 13조2,000억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오진희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주식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보다 작아져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고 팔 때마다 시장이 움직이는 폭도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중시해야 할 국민연금의 리스크가 커지고 시장에 브레이크가 사라지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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