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사회변화에 가장 강력히 저항"

노대통령 카이로 동포간담회서 '개방' 촉구

한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이집트를 공식방문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6일 저녁(한국시간 7일 새벽) 카이로 숙소호텔에서 아프리카 순방외교의 첫 일정으로 동포간담회를 갖고 교민들을 격려했다. 교민 250여명의 뜨거운 박수 속에 모습을 드러낸 노 대통령은 건배제의에 나선 이준교 평통자문위원이 "노 대통령의 방문은 5천년 이집트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분위기를 띄우자 "해외 나와서 동포들 만나면 아주 반갑다"고 사의를 표시하는 등 고무된 표정이었다. 노 대통령은 그래도 박수가 계속되자 "남들이 보면 아주 인기좋은 대통령처럼 착각할 것 같다. 국내에선 박수 절반밖에 안 나오거든요"라는 `뼈' 있는 조크로 좌중을 부드럽게 한뒤 `단골메뉴'인 `한국인 예찬론'을 시작으로 대화를 풀어나갔다. 노 대통령은 "한국 사람들이 가장 모범적"이라는 블라디미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칭찬을 소개하면서 "공부만 잘해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자질과 품성이 우수, 착하고 재능도 우수하다"고 말했다. 또 올해 유엔사무총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에 대해 "얼마전에 국제기구의 책임자 자리에 입후보하신 것 아시죠. 그냥 후보만 해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고, 5.31 지방선거 출마로 지난 2일 개각에서 교체된 진대제(陳大濟)정통부 장관은 "한국의 반도체를 지금 세계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라고 소개하면서 "장관을 너무 오래했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對) 아프리카 외교관계에 대해 "옛날에는 (북한과의) 외교경쟁에 바빴다면 지금은 그야말로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외교가 더 바빠질 것"이라고 강조한 뒤 교민들의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교민들은 "민간외교를 지원해달라", "더 많은 한국인이 이집트에 관광왔으면 좋겠다", "중동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노인들의 경륜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건의했고, 노 대통령은 이에 일일이 답을 주는 동시에 시장개방 등 국내현안과 연관지어 자신의 입장을 개진했다. 노 대통령은 먼저 "국민들이 해외 나가는 것이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이집트 관광 독려를 약속한 뒤 "나가는 만큼,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도록 정책을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의료 등 서비스 분야 개방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노 대통령은 "국내에서 저항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교육'을 화두로 꺼내 "1년 2년 지나면서 대학 변하는 것 챙겨보면 어찌보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걱정인 것이사회변화에 가장 강력히 저항하는게 학교 선생님, 그건 사실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노 대통령은 "몇몇 강력한 힘 가진 집단 있는데 선생님이 그 중 한 집단이다"고거듭 비판했으나 "그밖에 2~3개 있지만 마음 안 상하도록 말 안하겠다"며 수위를 조절한 뒤 "적어도 중국에게 따라잡힐까 걱정하지 않을 수준의 속도로 한국교육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중동.아프리카 외교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지적에는 "중요하게 듣고한번 더 챙기겠다"고 약속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끄집어내 낙관적견해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내 결론은 전문가 의견 들어서 좋은 것도 나오고 나쁜 것도 나오면 다 하기 나름이다"며 "잘하면 성공하는 것이고 문 열어놓고 제대로 대응 못하면실패하는 것인데, 우리 국민들이 그런 문제에서 한번도 실패한 적 없다"고 자신감을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외환위기와 카드사태 등 금융시스템 문제에 대해 "비싼 수업료를 치렀기 때문에 관리 능력이 성장했다"고 말하고 "오히려 너무 보수적이고 안정위주로 가는 게 걱정일 만큼 안정적으로 가기 때문에 그런 실수는 앞으로 없다"고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이 같은 언급은 우리사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개방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는 교직사회와 FTA에 소극적인 시민사회 및 노동계 등을 두루 겨냥해 `빗장'을 풀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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