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미래엔 사라질 변전소

구리선, 초전도케이블로 대체땐 전기손실 없어 초고압 송전 불필요


올해 초 전봇대가 ‘불필요한 정부 규제’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의 전봇대를 탁상행정의 예로 들었기 때문이다. 전봇대나 전력케이블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송하기 위한 설비다. 발전소에서는 생산한 전기를 20만~80만V의 초고압으로 바꾼 뒤 초고압선을 통해 각 지역의 변전소로 보낸다. 변전소는 받은 전기의 전압을 대폭 낮춰 가정, 사무실, 공장 등에 보낸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보낼 때 초고압으로 바꾸는 이유는 전기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구리는 전기를 잘 통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전기저항을 갖고 있다. 발전소에서 가정까지 오는 동안 전기의 약 4.3%가 열로 사라진다. 이런 이유로 ‘초전도케이블’이 구리선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초전도케이블은 구리 대신 전기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를 사용한다. 초전도케이블을 쓰면 열로 손실되는 전기가 없어져 전기 생산 비용이 절감된다. 또 발전소에서 전기를 보낼 때 굳이 초고압으로 바꿀 필요가 없어 변전소와 변압기를 세울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초전도케이블의 장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도심의 전력 요구량에 맞춰 전력 케이블을 계속 추가하면서 도심의 지하 공간은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 초전도케이블은 기존 구리케이블보다 굵기는 3분의 1에 불과하고, 송전 용량은 5배 이상 크다. 초전도케이블을 바꿔 넣는 것만으로 도심의 전력 공급 문제가 해결된다. 초전도케이블은 ‘매우 긴 진공보온병’처럼 생겼다. 구리심을 중심으로 초전도체가 몇 겹으로 둘러싼 것이 전선 역할을 한다. 이 전선 세 가닥을 다시 견고한 ‘진공보온병’이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진공보온병에는 속에는 액체질소가 들어있다. 온도가 올라가면 초전도 효과가 없어지기 때문에 ‘진공보온병’은 외부와 온도가 완전히 차단돼야 한다. 또 지진, 충격 등으로 파손돼 액체질소가 새 나오지 않도록 설계한다. 미국은 올해부터 뉴욕의 일부 구간에, 일본은 2010년 도쿄의 일부 구간에 초전도케이블을 설치해 시험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기연구원 초전도기기연구그룹이 LS전선과 공동으로 초전도케이블을 개발하고 있다. 수년 내에 초전도케이블이 상용화되면 거추장스러웠던 전봇대를 비롯해 지금까지 사용하던 송전설비는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초전도기술이 바꿀 미래를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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