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쌍수(오른쪽) LG전자 부회장과 장석춘 노동조합 위원장이 23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속사리 수해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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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들 "쉴 틈이 없네"
불법파업·실적부진 등 악재 잇따라 터지자직접 경영현황 꼼꼼하게 챙기며 '중심잡기'
이규진 기자 sky@sed.co.kr
김쌍수(오른쪽) LG전자 부회장과 장석춘 노동조합 위원장이 23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속사리 수해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펼치고 있다.
“쉴 틈이 없다.”
혹서기를 앞두고 여름휴가로 재충전을 해야 할 재계 총수들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노조의 불법파업에다 실적부진, 사법당국의 강경 방침 등 재계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악재들이 잇달아 터지자 총수들은 직접 경영현황을 꼼꼼히 챙기며 바짝 긴장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총수가 솔선수범해 중심을 잡아야 임직원들이 한데 힘을 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은 사법처리 표적이 되고 있어 최대한 조용히 몸을 낮추면서 그림자 경영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봄 이후 계열사 사장단을 불러 경영현안을 챙기고 대내외 행사에도 참가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배정 의혹을 둘러싼 검찰 소환 가능성이 재기되면서 공개석상을 피하고 있다. 이 회장은 대외적인 활동은 자제하면서도 그룹 경영진에게는 제2의 도약을 위한 ‘창조적인 경영’과 혁신, 인재양성 등을 주문하며 기업쇄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 18일 양재동 사옥에 출근하면서 경영에 복귀해 최근의 환율ㆍ고유가 문제를 비롯해 노조파업 등 어려움을 극복하고 생산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경영공백으로 현안이 산적해 당분간 이 같은 현안을 처리하고 실추된 대외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건설노조의 포항 본사 불법 점거로 시련을 겪었던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은 당분간 본사의 경영 여건을 정상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포스코 측은 “이구택 회장을 비롯한 전임직원은 당분간 건설노조의 점거사태 이후 회사의 업무와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LG전자ㆍLG필립스LCDㆍLG화학이 올 상반기 실적이 부진하자 얼굴에 주름살이 더 늘었다. 구 회장은 이달 초 계열사 사장 및 임직원 300여명을 불러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오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분발할 것을 지시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에 이어 북한 미사일 발사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등 대북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현 회장은 최근 임원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임직원들에게 “당분간 힘든 시간이 찾아온다 해도 현 상황에 의연히 대처하고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강조, 특유의 뚝심경영으로 위기돌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입력시간 : 2006/07/23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