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9월 9일] 새롭게 깨어나는 아프리카

우리는 아프리카의 정치ㆍ경제적 최근 동향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한 채 몇몇 영화 속에 비춰지는 다소 왜곡된 서구중심적 시각을 받아들여 아프리카를 평화로운 대자연의 모습으로, 그러나 근대 문명은 발달하지 못한 이미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추상적인 이미지를 떨쳐내고 아프리카의 실체적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풍부한 자원과 적극적인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3~5%의 안정적 경제성장을 이어가며 지구촌의 당당한 일원으로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한국의 개발경험'에 큰 관심 가나는 국민투표를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면서 경제발전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고 케냐는 우리나라에서도 신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에너지 개발시장 개방정책을 도입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태세를 갖추고 있다. '새롭게 깨어나고 있는 아프리카'가 세계를 향해 유혹의 손짓을 보내며 국가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아프리카는 세계 각국이 협력해야 할 주요 전략 지역으로 부상했다. 특히 석유ㆍ가스ㆍ광물 등 아프리카가 보유한 천연자원은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선물이다. 미국은 이미 4년 전 아프리카 전략보고서를 만들어 입체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며, 일본은 남부 아프리카 현황연구에 착수했다. 유럽은 지리적 이점과 문화적 유대감을 앞세워 선점국가로서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고, 중국도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활용한 물량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가히 지구촌 식구들의 총체적인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최근 다양한 방법으로 아프리카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해왔다. 마다가스카르의 니켈광산 개발과 발전소 건설에 참여했고, 나이지리아에서 발전소와 가스관 건설을 약속하며 해상 유전을 확보하는 등 이른바 자원과 플랜트의 동반진출을 통해 중요한 성과를 거둬왔다. 특히 최근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가나ㆍ남아공ㆍDR콩고에 민ㆍ관 합동사절단을 파견해 자원개발과 연계한 DR콩고 바나나항 개발사업을 협의하는 등 향후 對아프리카 협력 확대기반을 구축했다. 이러한 최근의 성과들을 기폭제로 삼아 이제 우리는 아프리카의 이웃으로서 아프리카와의 거리 좁히기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 '이웃나라 아프리카'는 단순히 자원개발 사업에 많이 참여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잣대로 본다면 그 해답은 어렵지 않다. 우리는 미국과 같은 외교력도, 유럽과 같은 문화적 친근감도, 중국과 같은 거대한 외환보유고도 없다. 대신 아프리카와 유사한 식민지배의 역사적 경험을 겪은 후 경제 성장을 이뤘다는 점에서 '한국처럼 빨리 잘살 수 있는 개발 경험 알려주기'라는 강력한 소프트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난 1960년대 초반 1인당 국민소득 110달러로 가나ㆍ콩고보다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발전한 것에 매우 놀라워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과 새마을운동에서 삼성ㆍ현대ㆍLG 등 글로벌 기업을 탄생시킨 우리의 압축적 경제성장 드라마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가장 큰 관심사이다. 경협 통해 동반자관계 형성을 오늘 아프리카 각국의 에너지 장관, 공기업 CEO, 아프리카 경제협력기구 고위 인사들을 초청해 한ㆍ아프리카 산업협력포럼을 개최한다. 아프리카는 해양 유전개발에 따른 해양설비 및 산업ㆍ에너지ㆍ인프라 설비 등 플랜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동 분야에 오랜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우리 기업과의 협력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프리카가 원하는 경제협력을 그들의 시각에서 고민해 협의한다면 더 많은 협력을 이끌어내고 진정한 동반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기초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햇빛이 밝다'라는 뜻의 라틴어 Aprica 에서 유래한 아프리카가 그 어원처럼 밝은 햇빛으로 힘차게 도약해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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