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부총리 '우울한 경제전망'

"물을 먹여 줄수도 없고 금감위장때보다 더 어렵다"

“금감위원장때보다 더 어렵다” “물을 먹여 줄 수도 없고” 19일 정례브리핑 자리에 오른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어조는 최근 보기 드물게 우울했다. 이 부총리는 “환란 후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때 맡았던 금융감독위원장 시절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고 소회를 밝혔다. “금감위원장을 할 때는 (구조조정을 통해) 못하게만 하면 됐지만 지금은 안 움직이는 사람을 움직이게 해야 하고 물을 안 먹으려는 사람을 먹게 해야 한다”며 내수를 진작시키기가 힘겹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가계 부채구조조정이 대강 끝났다”며 내년에는 소비가 어느 정도 살아날 것이란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이젠 음식점까지 걱정해야 되니…”라며 내수부진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이 부총리의 걱정은 건설경기 부문에서 심하게 표출됐다. 그는 “건물 부문을 중심으로 (건설수주) 증가세 둔화가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건설경기 위축이 예상보다 빠르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지방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도 결국에는 건설경기가 위축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래서인지 중형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야 한다는 말은 이날도 5차례 이상 이어졌다. 그는 이런 가운데에서도 재정 조기집행과 종합투자계획으로 내년 5% 성장률 달성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예전에 비해 낙관보다는 ‘희망’ 쪽으로 발언의 수위가 다소 달라진 게 차이점이었다. 현안문제에서는 은행 문제가 거론됐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제일은행 인수작업에 대해서는 “협상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마무리까지는 시일이 다소 걸릴 것임을 내비쳤다. “제일은행은 금융구조조정 대상이 아닌 만큼 인수자의 적격성을 금융감독원이 엄중하게 따질 것”이란 점도 잊지 않았다. 내년으로 예정된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60%)의 시행 연기에 대해서는 “보유세제 개편과 연동되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국회 통과 과정을 지켜본 뒤 최종 방향을 결정할 것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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