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에 적조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양식어류 집단폐사에 비상이 걸렸다. 수온ㆍ일사량ㆍ영양염류 등 적조발생의 3대 조건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제대로 갖춰지고 있어 양식어민들이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남해안 여수 앞바다에 적조 주의보가 발령된 후 주의보 발령 지역이 일주일도 안돼 고흥 앞바다, 남해군 앞바다 등으로 확대됐다. 또 여수 앞바다에서는 올들어 처음으로 어류의 집단 폐사현상이 발생했다. 10일 여수시와 해양수산부ㆍ수산과학원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8일 저녁부터 물고기 폐사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해 10일 오전까지 여수 남면 두라리와 화정면 제도 및 자봉도ㆍ돌산읍 송도 등 양식장 8곳에서 돔과 우럭 등 물고기 수십만 마리가 죽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따라 여수해양수산청과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여수시 관계자들은 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정확한 폐사 원인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여수시 관계자는 "적조가 확산되면서 양식장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양식 어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적조는 수온이 24도를 넘어서고 일사량이 많고 영양염류가 많으면 적조생물(플랑크톤)이 식물이 광합성 하듯 급속히 늘어나면서 바다의 색깔이 붉게 변하는 현상으로 어류의 집단폐사를 유발한다. 현재 남해안의 수온은 일부 지역의 경우 27도를 넘어선 데다 집중호우로 강물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영양염류가 급증하고 있다. 수산과학원 이윤 해양생태연구팀장은 "적조 확산이 이처럼 빨리 이뤄지는 것은 처음"이라며 "피해가 가장 컸던 지난 95년 때보다도 확산 속도가 빠르다"고 우려했다. 여수시 등 관련 지방자치단체들은 주의보가 발령된 후 초기에 적조를 잡기 위해 황토흙을 살포했고 수산과학원ㆍ해양수산부ㆍ여수지방해양수산청 등 관계기관들도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며 적조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5년에는 적조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수많은 양식어장의 물고기들이 몰살돼 피해액이 764억원에 이르렀다. 그 후 적조에 대한 대응체제가 구축돼 피해액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지난해에는 냉수대 유입으로 피해액이 7,000만원선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