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 인질 석방협상 장기화 가능성

탈레반 내부 갈등으로 협상 진전없어

아프간 탈레반 무장 세력이 한국인 인질 1명을 살해한 데 이어 풀어주려던 인질 8명을 다시 억류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무장 세력 내부의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갈등으로 협상이 악화될 조짐을 보여 우리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청와대가 26일 백종천 안보정책실장을 아프간 현지에 특사로 급파한 것도 정부가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볼 때 한국인 인질 석방 협상은 단시일 안에 끝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주요 외국인 납치 사건 중 협상에 성공한 경우 납치에서 석방까지 평균 36.4일이 걸린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협상 도중 인질이 살해된 2건까지 포함하면 사건 종료까지 평균 29.5일이 걸렸다. 더욱이 인질 석방에 성공한 사례 8건 중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지난 2004년 3월 발생한 터키인 납치사건으로 113일이 걸리기도 했다. 당시 탈레반은 인도인 기술자 전원 철수라는 요구 조건을 내세웠다가 나중에는 몸값 지불로 조건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소요 기간이 가장 짧은 사건은 지난해 3월 이탈리아 기자 납치사건으로 15일이 걸렸다. 당시 아프간 정부는 아프간에 주둔 중인 이탈리아군의 철수를 우려해 수감된 탈레반 지도자 5명을 풀어줬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25일 아프간 피랍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송 장관은 이날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 관련 국회 통외통위ㆍ국방위 연석회의에 출석해 “(탈레반과의 협상은) 가장 안전하게 하는 것과 조속하게 석방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안전하게 하는 것과 조속하게 하는 것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피랍자들의 안전을 우선시 해 협상속도는 다소 늦어질 수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해외 전문가도 인질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테러조직을 추적ㆍ연구하는 전문기관인 ‘SITE 연구소’의 조시 데본 수석연구원은 “탈레반의 진짜 목적은 그들이 여전히 아프간에서 상당한 힘을 갖고 있음을 시위하고 외국인들을 아프간에서 쫓아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선 탈레반은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외국인이 아프간에 체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외국인들이 아프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기 위해 납치와 같은 각종 테러수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본 연구원은 이어 “이런 관측이 맞다면 이번 인질사건은 장기화될 수도 있다”며 “탈레반은 자신들의 건재를 전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인질석방을 위한 협상을 질질 끌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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