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9일 보수단체의 북한 인공기 훼손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관련, “북한의 입장만 대변한 것으로 잘못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그러나 대변인 외에 다른 당직자들은 말을 아끼는 등 가급적 비판 수위를 낮추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나라당이 재를 뿌려 북한이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불참했다”는 비난을 뒤집어 쓰지 않기 위해서다. 대회 장소가 자신들의 텃밭인 대구라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대회를 남북이 어우러지는 축제로 만들려는 대통령의 의지는 이해한다”면서도 “국내 이념갈등에 대해선 대책도 없고, 사과도 하지 않은 대통령이 북한의 요구에 쫓기듯 유감을 표명한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보수파 의원의 반응은 훨씬 거칠었다. 김기춘 의원은 “동맹국인 미국 성조기와 핵을 개발하고 있는 적국인 북한 인공기를 불 태우는 게 어떻게 똑 같냐”며 “북한이 대회에 안 온다면 굳이 애걸복걸 할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유흥수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북한이 사과를 요구한 바로 다음 날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하다니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소장파인 이성헌 의원도 “앞으로 국내 단체가 인공기를 찢을 때마다 북한이 시비를 걸면 유감을 표명할 작정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남북 화해를 위한 선택”이라며 환영했다. 문석호 대변인은 “남북관계의 현실과 한반도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결단”이라며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앞으로 있을 경협 등 남북관계가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기 소각에 대해 “상대가 우방이든 아니든 도를 넘는 행동은 성숙한 자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성식 기자 ssyo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