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서민으로 향하라] "신뢰 등 무형의 가치도 높여야"



브랜드에 헌신적인 고객이 많으면 은행 입장에서도 별도의 비용 투입 없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사태 이후 잘못된 투자결정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CEO 및 팀원들의 리스크에 대한 신속한 해결조치로 오히려 브랜드 가치가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엄격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신뢰성을 유지하고 이를 강화해 투자자와 고객들에게 수익과 시장가치 등을 돌려주면서 ‘역시 골드만삭스’라는 고객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이는 과거보다 브랜드 로열티가 더 확고해졌기 때문이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1987년을 전후로 장부가치와 시장가치가 80%이상에서 60%이하로 떨어지면서 브랜드 가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가치에 있어 기업 신뢰를 포함한 무형의 자산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유섭 농협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업의 평판을 제고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평판이 훼손되는 것은 단기간에 이뤄지므로 평판리스크 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은행 직원들의 전문성확보와 서비스 재교육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설문조사에서 ‘금융회사의 브랜드가치를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32.4%가 적극적인 인재육성과 서비스교육을 꼽아 은행들이 서민과 고객들을 위한 좀더 다양한 경영전략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내은행들도 평판위험 관리 및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선진 금융회사와 같이 체계적인 접근법을 도입해 CEO및 이사회가 주도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한 평판위험관리 강화는 단기적으로 많은 돈이 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요인으로 작용해 고객과 서민들에게 은행의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구정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공헌활동에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CEO가 위원장인 ‘지속가능위원회’ 및 전담부서 등을 설치해 대외적인 사회공헌 활동뿐 만 아니라 대내적인 업무수행에서도 사회적·환경적 요인을 감안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환경보호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는 브랜드를 구매하겠다는 ‘윤리적 소비의식’이 증가하고 있다. 영국의 소비자 협동조합은행인 ‘The Co-operative Bank’는 무기거래, 동물임상실험 등 비윤리적인 사업에 투자를 거부하고 윤리적 소비의식 리포트를 발행하는 등 윤리은행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구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들이 브랜드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상품개발 뿐만 아니라 NGO 등과의 연계를 통한 사회적 투자에 참여하는 등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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