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야 하는데 그만한 게 있어야죠."(가수 K)
"환각 상태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운전 중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배우 C의 매니저 S)
"주변 권유로 한두 번 맞았는데 이거 잘못하면 못 끊겠다 싶었어요."(가수 H)
'프로포폴 괴담'이 연예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수면마취제의 일종으로 알려진 프로포폴은 지난해 6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인으로 알려지며 세간의 주목을 얻었다. 먼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던 이 약품은 국내에도 버젓이 '마약 대용'으로 오남용되고 있다. 생활이 불규칙하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연예인에게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며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는 것. 일부 연예인들은 심각한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어 수사 당국이 이들을 본격 조사할 것이라는 괴담이 파다하다.
앞서 언급한 연예인들의 반응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프로포폴에 대한 연예계의 중독성은 위험한 지경이다. 연예관계자가 지목하는 대표 '포플 중독자'는 방송인 A와 B씨. 소문난 프로포폴 이용자인 이들은 평소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두 사람은 입버릇처럼 주변인들에게 '약으로 버틴다'고 얘기하는데 여기에서 '약'이 '포폴'이라는 게 주변의 전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지인들의 우려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포폴에 빠져드는 것은 '불면증' '만성피로'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연예인들이 믿기 때문이다. '30분만 투자하면 일주일이 개운하다'는 입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지난해부터 서울 강남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관계당국이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19일 환각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환자에게 투여한 혐의로 성형외과 원장 우모씨 등 의사 2명을 구속기소했다. 간호조무사 전모씨와 전직 병원 상담실장 정모씨도 프로포폴 밀수 및 판매·투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방송인 A과 B, 가수 출신 배우 D 등 인기 연예인들이 이들로부터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수 K, 배우 J 등도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치료 목적으로 한두 차례 투약했을 뿐이라며 중독 사실을 부인했다.
2000년 이후 34명이 프로포폴 오·남용으로 사망했지만 아직까지 이 약품은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았다. 즉, 단순 투여자는 처벌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프로포폴을 내년부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되면 취급자는 의무적으로 취급관리대장을 작성해 2년간 보관해야 하는 등 관리가 까다로워져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설명.
물론 내년 이후에 투약하는 연예인의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자칫 피로를 빨리 회복하겠다는 등 잘못된 투약으로 곤혹을 치를 수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수사가 이뤄진다면 '신종 마약 광풍'이 불어닥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연예인들이 수면제 대용 또는 치료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하고 있다. 상습적으로 투약하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