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회생의 길 열리나] 실사 ‘숫자맞추기’ 늦어진다

SK글로벌 자산 부채 실사 결과를 놓고 실사기관인 삼일회계법인과 SK그룹간에 `숫자 맞추기` 작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또 SK글로벌 실사결과 국내법인과 해외법인 간의 가상거래를 통한 부실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채권단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채권단과 SK측은 18일 저녁부터 릴레이회의를 거듭했지만 정확한 실사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단은 채권단대로 정확한 `숫자`를 기다리면서 애를 태우고 있고 SK측에 대한 불신만 쌓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실사까지 끝냈지만 SK글로벌의 실사결과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정확한 자료공개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끝없는 숫자 맞추기=4조2,000억원대의 자본잠식규모와 6조원대의 부실규모까지는 실사결과가 나왔지만 아직 정확한 규모는 실사단 조차 파악을 하지 못한 상태다. SK그룹측이 뒤늦게 해외에 파킹해 둔 SK텔레콤과 SK㈜의 주식 3,000억원 어치를 신고해 왔기 때문이다. 또 이들 주식에 대한 소유권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를 SK글로벌 부채해결을 위한 `실탄`으로 직접 이용하기에는 어렵다는 평가도 실사단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사단 관계자는 “운영위에서도 정확한 숫자를 확정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워낙 해외파킹 자산의 정확한 실체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해외 은닉자산의 규명은 전적으로 SK글로벌 측에서 신고를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달렸다”며 “그러나 아직 정확한 해명자료나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실사 결과를 빨리 확정 짓고, SK측과 출자 전환 규모 등을 집중논의해 다음달 18일까지 확정지을 경영정상화 계획의 기본뼈대라도 서둘러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처럼 숫자 확정이 늦어지자 채권단 일각에서는 “SK가 끝까지 실사단과 밀고 당기기를 하려 한다”는 불만 섞인 이야기 까지 나오고 있다. ◇SK글로벌 도덕성 도마위에=실사결과 다시 SK글로벌의 도덕성이 이슈가 되고 있다. SK글로벌은 그동안 국내본사와 해외법인 사이에 가상거래를 통해 부실을 늘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외부실 4조원 가운데 해외법인간의 가공거래를 통한 부실규모가 전체의 최고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채권단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해외법인간의 결산일이 다른 것을 이용해 가공거래를 해온 것이 부실의 대부분”이라며 “이렇게 비도덕적인 기업을 되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채권단은 이 같은 SK글로벌의 비정상적 상거래 관행을 문제삼아 SK그룹 차원의 지원책을 더욱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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