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표류 中으로 생산거점 이동하나

정부 "지역균형발전 어긋나" 불가 입장
충북·청주시까지 가세 경기도와 대립각
자금계획 요구 불응…채권단도 부정적



하이닉스가 오는 2010년까지 13조5,000억원을 투자, 이천공장을 증설하려는 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경기도와 하이닉스가 증설 허용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중앙정부가 균형발전을 이유로 ‘불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이닉스 내부 문제도 이천공장 증설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산업자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천공장 증설 논의에 앞서 하이닉스에 ▦구체적인 투자 및 자금계획 수립 ▦채권단 승인 등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서류 접수는 되지 않았는데 채권단에서 승인에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거점기지가 중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이닉스는 미국의 상계관세를 피해 중국 장쑤성(江蘇省) 우시(無錫)에 공장을 건립하고 있는데 10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물 건너가는 이천공장 증설=이천은 자연보전권역이다. 이곳에서는 공장 신ㆍ증설이 300평 이내로 제한돼 있다. 이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 하이닉스 이천공장 신ㆍ증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문제는 한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뉴딜론 등에 힘입어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기도 했다. 재정경제부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 역시 선거 직후에는 긍정적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는 반전되는 모양새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하이닉스를 포함해 6개 기업이 투자를 위해 관련된 수도권 규제를 풀어달라고 공식ㆍ비공식으로 요청했다”며 “그러나 하이닉스의 경우 다른 5개 기업과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천공장 증설을 허용하지 않으면 하이닉스가 해외로 투자를 돌린다면 모르겠지만 청주공장 증설이라는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균형발전이라는 가치에 어긋나면서까지 허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느냐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사실상 불가 입장을 피력했다. 산자부 고위관계자도 “채권단 승인 문제 외에 하이닉스가 인체에 유해한 구리를 사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말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으로 공장 유턴하나=재계와 중앙정부간 대립 외에 하이닉스 문제는 지자체간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경기도는 이천공장 증설시 최대 6,000명가량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증설제한 완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와 청주시도 가세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청주공장을 증설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경기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하이닉스가 아예 한국을 떠나는 것.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하이닉스는 미국의 상계관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동했고 이 공장은 10월 준공될 예정”이라며 “국내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가면 결국 중국으로 생산거점이 이동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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