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회복 업계 체질개선 호기"
>>관련기사 의리 소중히 여기는 뚝심의 사나이
"건설업계는 재도약과 만성부실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부동산경기 회복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지금이 업체 난립, 저가 수주 등 고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협회 차원에서 업계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1만2,000여 건설업체를 대표하는 대한건설협회 마형렬(65) 신임 회장은 지방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중소 건설업체들 중 상당수가 만성적인 경영위기를 겪고 있어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남 나주에 본사를 둔 시공능력평가 50위권의 중견업체인 남양건설의 대표이사로서 마 회장은 누구보다 지방건설업체의 사정을 잘 안다. 그는 중앙과 지방, 대형업체와 중소업체가 상호보완, 협력하고 이를 통해 공생(共生)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 회장은 이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파트분양가 규제와 관련, "정부가 나서 분양가를 규제한다면 회복세를 타고 있는 건설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기 때문에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마 회장은 지난달 대한건설협회 22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아파트 등 주택건설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건설업계도 사정이 많이 나아진 것으로 보이는데 실상은 어떻습니까.
▲건설업계는 외환위기 이후 부족한 건설물량, 업체수 급증, 채산성 악화 등 3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97년 3,800여개에 그쳤던 건설사는 현재 1만2,000여개로 3배 가까이 늘었지만 총 건설 수주액은 IMF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설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면서 올해 건설 수주액은 69조8,000억원으로 IMF 이전의 93%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업체가 난립해 물량증가가 체감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건설업체 난립은 무리한 규제완화의 결과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는 99년 건설업면허제를 등록제로 전환하고 2000년에는 10억원 미만 공공공사의 시공실적 평가를 제외하는 등 건설업 진입장벽을 대폭 낮췄습니다.
이는 건설시장 자율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업체 난립이라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선진국과 달리 국내시장은 발주자와 보증기관의 입찰자 심사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시장 문만 활짝 열어놓은 결과 부실업체들만 양산된 것입니다.
-무자격ㆍ부실업체의 퇴출을 위해 협회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협회는 그동안 진입제한을 위한 건설업 등록기준 강화, 10억원 미만 공사의 입찰제도 개선, 부적격 업체 상시퇴출 시스템 구축 등을 강력히 건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사실적 평가 없이 입찰할 수 있던 공사규모를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내렸습니다.
또 건설교통부와 협회의 부실 건설업체 실태조사에 따라 지난 2월 말 현재 등록기준에 미달하는 967개사가 등록말소 등 제재처분을 받았습니다.
부실업체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능력 위주의 시장질서를 확립해야 합니다. 행정력이 부족한 시도에도 실태조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원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 SOC예산 확대, 공사 조기발주 등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까.
▲건설업은 연관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고 국내 물류비 부담이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점을 감안해 지속적인 공공시설 투자확대와 조기발주가 필요합니다.
2003년 건설예산이 최대한 확대될 수 있도록 예산 편성과정부터 관심을 갖고 대응할 것입니다.
특히 새로운 건설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SOC 민자유치사업과 관련된 민간투자법 등 관련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입니다. 민자사업의 경우 수익률을 14~14.5%까지 올려야 합니다.
-최근 건설현장이 늘어나면서 건자재 및 인력난이 우려되는데 대책은 무엇입니까.
▲IMF 이후 많은 인력이 건설현장을 떠났습니다. 최근 건설경기 회복세에 따라 기능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신규인력이 제대로 유입되지 않아 인력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기능인력의 유인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늘리고 국내 우수인력이 건설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춰야 합니다.
성수기에 나타나는 자재난을 겪지 않으려면 유통질서 확립방안이 우선돼야 합니다. 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연계해 성수기 전 자재가격의 담합, 매점ㆍ매석 등 불공정거래의 고리를 끊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할 계획입니다.
-금융권은 건설업종에 대해 아직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수주 중심의 건설산업의 특성상 불규칙한 경기와 낮은 수익성으로 금융기관의 여신조건은 여전히 까다롭습니다. 금융기관 및 신용평가기관과 지속적인 업무협조를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특히 건설업은 대규모 자본조달이 불가피하므로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 금융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설업계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례가 늘고 있고 정부도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법을 올 상반기 중 입법화할화 예정이므로 프로젝트 금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최저가낙찰제가 적지않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최저가낙찰제는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공사이행보증제가 보증기관의 형식적인 심사로 저가낙찰 방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낙찰가격이 공사품질을 보장하는 적정한 가격인지를 검증하는 가격심사기능이 강화돼야 합니다. 당초 올해부터 예정됐던 500억원 이상 공사의 확대시행이 일단 유보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방 중견업체 오너 출신 회장에 대한 일부 대형사들의 비협조적인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요.
▲대형ㆍ중소업체간 또는 서울ㆍ지방업체간 화합이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입니다.
배타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공동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지방 중견업체를 40여년 동안 경영한 건설인으로서 대형업체와 중소업체의 화합을 도모하는 데 적임자라고 자신합니다.
대형ㆍ중소업체간에 심화하고 있는 업역다툼을 최소화하고 원ㆍ하도급업체가 공생할 수 있는 협력의 틀을 만드는 데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마도로스를 꿈꾸고 해양대를 졸업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군을 제대하고 우연치 않게 광주천 복개공사에 뛰어들었습니다. 힘든 노동이었지만 내가 도시를 바꾸고 있다는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건설의 매력이 오늘날까지 43년간 외곬 건설인으로 살게 만들었습니다.
사진=신재호기자
대담 : 신정섭 부동산부장
정리=박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