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리비아 리스크' 해소가 남긴 것

김민형 기자<생활산업부>

대한통운은 모기업인 동아건설의 파산으로 지연된 리비아 대수로 1ㆍ2차 공사를 자사가 인수해 마무리하기로 리비아 정부와 지난해 12월 합의했다. 덤으로 3~19단계에 걸쳐 83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잔여공사도 리비아 정부와 대한통운이 합작한 회사가 하기로 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에 따라 대한통운이 리비아 대수로 공사와 관련해 지불할 위약금은 당초 리비아측이 요구한 13억달러에서 8,590만달러로 대폭 줄어들었으며 3~19단계 공사에서 이익을 남길 수도 있게 됐다. 아울러 해외 건설업계에서 실추된 한국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으며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건설시장 진출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리비아 대수로 문제 발생과 해결 방식은 두 가지 교훈을 남겼다. 하나는 한 부정한 기업인이 국가신인도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민관이 힘을 모아 문제해결에 나서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최원석 동아건설 회장은 분식회계로 금융기관에서 거액을 대출 받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법정에 섰고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최 회장은 구속은 면했지만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동아건설은 지난 2001년 11월 부도가 났고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한 개인의 부정으로 인한 여파는 실로 엄청났다. 동아건설의 임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또한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과 수백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우량기업인 대한통운은 리비아 대수로 공사와 관련한 지급보증을 감당하지 못해 부도가 났다. 해외 건설시장, 특히 중동에서 주가를 올렸던 대한민국의 신인도도 땅에 떨어졌다. 또한 리바아의 뜨거운 사막에서 대수로 공사를 진행해온 6,000여명의 인력은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반면 ‘리비아 리스크’ 해소는 해당 기업의 피나는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해 가능했다. 리비아 대수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곽영욱 대한통운 사장은 수차례 리비아를 오고 갔으며 지난해 연말에도 리비아 현지 인력과 함께 보냈다. 또한 채권단ㆍ법원ㆍ건설교통부 등을 오가며 리비아 리스크 해소를 위해 뛰었다. 정부는 건교부 장관의 리비아 2회 방문 등으로 화답했고 결국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됐다. 대한통운이 세계적인 관심이 쏠린 리비아 대수로 문제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정직한 경영을 통해 동아건설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며 정부는 그동안 보여줬던 노력을 지속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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