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부치 기이조(小淵惠三)정권이 추락하는 일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잇따라 각종 경기활성화 대책을 제시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여기서 더이상 밀리다간 정권의 존립 기반마저 위협받는 최악의 사태가 올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폐막된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경기부양을 강력하게 요구받은 점도 일본에겐 부담이었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펀더맨털(경제기초)이 전혀 달라진 게 없는데다 정부·여당에서 이들 대책을 궁여지책으로 내놓고 있어 제대로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정부와 여당간에 손발이 제대로 맞지않는 점도 걸림돌로 남아 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가장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문제는 부실은행 정리다. 여기엔 도쿄 증시가 지난 주 한때 1만3,000선 밑으로 떨어졌던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우선 금융재생 관련법안이 12일 참의원을 통과, 이날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데 이어 공공자금의 투입범위가 당초 17조엔(1,970억달러)에서 67조엔(7,770억달러)으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비록 야당인 민주당의 요구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관방장관은 『세계의 금융정세를 고려할 때 상당한 정도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ING 베어링의 분석가인 제임스 피오릴로는 『이 정도의 계획은 믿을 만하다. 일본에게 진작 필요한 것이었고 정말 좋은 소식』이라고 크게 반겼다.
또 일본 정부는 경기회생의 관건인 내수시장 활성화에 대해서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전국민에게 상품권을 나누어 주는 방안이나 이른바 「행복한 월요일」제를 도입, 매주 월요일을 쉬는 날로 정해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아이디어까지 제시될 정도다.
이밖에 콘도미니엄 건축비용의 30%를 보조하거나 임시직 근로자에게 보조금 을 지급하는 등 내달초 발표될 30조엔(2,220억달러)의 경기 종합부양책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에선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때까지 좀더 기다려 봐야한다는 냉소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지난해부터 수차례 대개혁을 약속했다가 결국 말로만 그쳤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치권의 불화와 정부·여당간 불협화음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성이 최근 정책 실효성 등을 들어 정치권의 상품권 발행을 저지하고 있고 공공자금 확대안을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선 게 대표적인 예다. 대장성과 일본은행은 얼마전까지만해도 정치권의 대립으로 지연됐던 금융개혁법안을 성사시키기 위해 함께 정치인들을 설득하고 다녔었다.
따라서 금융부문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더라도 정작 남은 문제는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는 일본의 경제기조다. 특히 최근의 엔화 폭등은 아시아국가들에겐 축복이지만 일본으로선 경제 회복을 한층 더디게 만들 수도 있다.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전적으로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로선 치명타를 안게되는 셈이다. 다이와(大和) 연구소는 엔화가 5엔씩 상승하면 99회계연도(99년4월∼2000년3월)중 제조업부문의 세전수익이 1.2∼1.3%정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일본이 이번에도 또다시 세계를 실망시킨다면 잠시 뒷전에 밀려났던 일본의 약점이 부각되면서 세계경제는 결국 헤어날 수 없는 벼랑끝으로 내몰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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