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투쟁위원회(비투위)가 9일 울산 북구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정식 제출했다.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업체를 상대로 노조를 결성한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8,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노조 결성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내 하청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것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원청업체가 하청근로자 단체와 교섭에 나설 의무도 없다. 그런데 이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원청업체인 현대자동차를 투쟁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그런 목적의 노조는 사실상 성립이 안 된다.
현대차 비투위가 노조 설립을 추진하면서 내세운 실질적인 목표는 정규직에 비해 70%에 불과한 급여 및 일방적인 계약해지나 정리해고 등 고용불안에 대한 처우개선에 있다. 현대차가 5년 연속 호황을 누리면서 정규직 근로자와의 처우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반면 IMF체제 이후 비정규직 고용이 늘어난 데는 급변하는 경영여건을 감안한 기업들이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목적이 우선됐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실태조사에서도 비정규직 활용 이유로 `업무 자체가 일시적 또는 계절적으로 유동적이기 때문`(64.3%), `인력조정이 용이하기 때문`(58.4%)이라는 응답이 단연 높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 감소와 해고의 유연성 때문에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해 근로조건이 정규직과 동일 해진다면 비정규직제도는 제도로서의 메리트가 없어진다. 기업으로서는 정규직의 급여 수준을 동결해 가면서 비정규직의 급여를 높일 수도 없을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투자유치를 위해 필요한 조치다. 그 점에서 비정규직 고용의 확대는 바람직하다. 물론 기업이 이를 악용해 근로자를 착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앞으로도 비정규직의 비중은 결코 낮아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현행법상 아직도 미비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통일된 기준과 권리ㆍ의무 규정 마련을 서둘러 제2의 화물연대 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비정규직들은 실익도 없는 노조결성 보다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처우개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