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기는 추징금 징수율…대책 시급

'노역장 유치' 형소법 개정 작업도 표류

검찰이 9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과 추징금 23조358억원을 구형함으로써 김 전회장도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 등에 이어 추징액수 기준으로 최상위에 이름이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까지 이 추징금이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김 전회장은 같은 액수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대우그룹 전 임원 7명과 함께 천문학적 규모의 추징금을 나눠 내야할처지에 놓인다. 그러나 이들은 이미 추징금을 낼 재산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23조원의 추징금은상징적인 징벌 효과만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김 전회장의 숨겨진 재산 하나까지도 샅샅이 뒤져 모두 추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빈털터리'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거둬들일 수 있을지미지수다. ◇ 추징금 징수율 `바닥' = 법무부가 최근 열린우리당 정성호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이후 3년간 법원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추징금 액수는 모두 23조7천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징수된 추징금은 1천200억여원에 불과해 징수율이 0.5%에 불과했다. 최근 3년간 미납된 추징금의 98% 가량은 10억원 이상의 고액 미납 추징금이었고이 기간에 집행시효 기간인 3년이 완료돼 추징을 하지 못한 금액도 2천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법원에서 추징금을 선고받은 주요 인사 가운데 전직 대통령들은 그나마 징수율이 높은 편이다. 1997년 2천628억여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노태우 전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12월비자금에서 파생된 나라종금 배당금 1억8천만원이 추가 환수돼 현재까지 2천111억원을 거둬들여 80.3%의 징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노씨의 경우 징수율이 매우 높은 편이지만 아직도 517억여원을 미납한 상태다. 올해 3월에는 노씨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괴자금 5억2천만원이 파악돼 검찰이자금원을 추적했으나 결국 부인 김옥숙씨의 재산으로 드러나 징수하지는 못했다. 1997년 2천205억원 추징금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대통령도 미납액이 1천670억원대에 달하나 징수율은 75.7% 수준이다. 전씨는 최근 서초동 땅 51.2평이 1억1천900여만원에 낙찰돼 징수율이 약간 높아졌다.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징역 5년과 추징금 150억원이 확정된 권노갑전 민주당 고문은 추징금을 전혀 내지 않다가 올해 1월 검찰이 가재도구를 압류, 경매에 넘겨 214만여원을 겨우 추징할 수 있었다. ◇ 징수율 제고 방안 없나= 추징금 징수율이 저조한 것은 법원이 선고하는 추징금의 액수가 피고인이 실제 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고액인 경우가 많고, 대상자가 `나 몰라라' 식으로 버티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대검 공판송무부는 지난해 5월 추징금을 고의로 내지 않으면 미납액수에 비례해노역장에 유치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형소법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법리적 검토가길어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만 세무서장이 국세 미납자의 부동산에 대해 관할 등기소장에게 압류등기 촉탁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추징금 미납자에게 검찰이 직접 부동산 압류등기 촉탁을 할수 있게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마련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도 지난해 7월 시효가 일률적으로 3년인 몰수ㆍ추징과 관련해 액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시효를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 법사위 소위에 계류된 상태다. 개정안은 뇌물, 알선수재, 재산해외도피 등으로 인한 몰수ㆍ추징의 경우 형 시효를 몰수액 또는 추징액이 5천만원 이상에서 1억원 미만이면 5년, 1억원 이상이면10년으로 각각 연장토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범죄로 이득을 본 범위 내에서 추징금이 선고가 되는 반면 이득액의 20~30배씩 추징금이 선고되다보니 징수율은 낮아지고 상징적인 징벌 효과만 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노역장 유치 등 집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강구돼 국가가 추징금을 제대로 징수할 수 있는 `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