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파문 수면 아래로

"시장경제사수론은 반어법" 386세대 비판론도 한발 빼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예정보다 하루 늦게 가진 23일 기자회견에서 서울경제 등과 별도 인터뷰를 한 데 대한 사과 표현으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는 먼저 논란이 된 ‘시장경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발언에 대해 “나는 애착이 있다는 표현을 할 때 반어법을 자주 쓴다”며 “시장경제를 더 잘해야 한다는 표현이었다”고 발을 뺐다. 이어 “고등학생 때 수학을 잘했다. 당시 선생님께서 복잡한 문제가 잘 안 풀리면 시작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다”며 시장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정책을 쓰면서 원칙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불협화음을 피하면서도 자신의 경제관을 확인한 셈이다. ‘386세대와의 대립’ 부분에서는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386세대를 구체적으로 지칭해 (경제무지론을) 말한 적이 없으며 특정 세력이나 세대를 전제로 얘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권 의원들의 면담제의에 대해서도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이 부총리가 물러선 태도를 보임에 따라 ‘사임설’은 ‘해프닝’으로 끝났고 증폭돼온 여권 핵심부와의 갈등국면도 수면 아래로 내려앉게 됐다. 여당측도 전선이 확대되기를 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부총리가 ‘자문료 파문’의 근원지로 간접 지목한 청와대측도 갈등기류를 바라지 않고 있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나도 시장주의자다. 이 부총리의 발언에 전체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물론 파문이 완전히 매듭지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성장’과 ‘분배’라는 기본적인 견해차가 정부 내에 상존하고 경제위기 해법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성향상 차이를 가진 상층부에서 빚어진 필연적인 갈등국면이었다”며 “다음 개각 때까지는 ‘휴면상태’로 잠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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