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리온판 '살인의 추억'

한국인 노동자들 금전문제로 동업자 살해

이국만리에서 사금 채취로 일확천금을 꿈꾸던 한국인 노동자들이 금전 문제로 갈등을 겪은 끝에 동업자를 살해했다. 이들은 동업자를 살해하고도 사고사(死)로 꾸며 완전 범죄를 노렸으나 피해자아들과 경찰의 끈질긴 추적으로 결국 쇠고랑을 찼다. 아프리카 서부 대서양 연안의 시에라리온에 3년 넘게 살았던 김모(38)씨는 지난해 4월 국내 사금 채취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A(60)씨와 동업하기로 하고 다른 노동자 1명과 함께 시에라리온으로 향했다. 국내에서 수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들여 자신들의 돈을 들이지 않고 사금 채취 기술만으로 한탕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이들은 부푼 꿈을 안고 아프리카로 향했다. 시에라리온에 도착, 현지인 등을 고용해 법인을 차린 김씨는 동부 내륙의 마본트 지역에 캠프를 세우고 사금채취 작업을 시작했으나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투자금을 갚고 이익을 내려면 하루 5kg 이상의 사금을 캐냈어야 했지만 이들은제대로 된 샘플조차 구하지 못하고 5개월의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자 김씨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동업자 A씨의 기술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투자금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씨에게 고용된 노동자들도 월 500만원의 임금을 약속받고 아프리카 오지로 향했으나 월급은 계속 밀려만 갔고 불만도 높아졌다. 김씨는 고민 끝에 다른 노동자 2명과 짜고 사업 실패 원인을 A씨에게 돌리기로마음 먹었다. 그러다 평소 마음에 들지 않던 A씨를 아예 제거해버리기로 뜻을 모았다. 김씨는 한국인 직원 2명과 함께 지난해 10월 13일 캠프 안에서 A씨의 양손을 묶고 둔기로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 덜컥 겁이 난 이들은 현지 관세청 직원 등과 짜고 "A씨가 작업 도중 2.3m 높이의 기계 위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입을 맞췄다. A씨의 시신을 사건 발생 장소에서 7시간이나 떨어진 수도 프리타운의 병원으로옮겨 "사고를 당했는데 옮겨오는 도중 사망했다"고 둘러댔다. 현지 경찰도 조사를 벌였으나 이들의 진술을 그대로 믿고 수사를 마무리했고 부검에서도 살해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알고 현지로 달려온 아들(35)은 불과 2.3m 높이의기계에서 떨어진 아버지가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져 있는 등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때부터 A씨 아들은 나이지리아의 한국 대사관을 몇 번이고 찾아가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한국에 남아있던 부인과 딸도 아버지 사망 사실을 경찰에신고하고 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서울 서대문경찰서가 수사에 나섰고 한국에 들어와 있던 김씨 회사의 종업원 2명을 불러 혐의를 추궁한 끝에 이같은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다. 경찰은 3일 김씨와 함께 A씨를 살해한 윤모(62)씨와 김모(37)씨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시에라리온에 남아있는 김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시에라리온 개관= 정식 국명은 시에라리온공화국. 면적 7만1740㎢, 인구 561만4천740(2002년). 북쪽과 동쪽은 기니, 남동쪽은 라이베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수도는 프리타운. 98년 군사정권이 붕괴되고 2002년 1월 10여년 간 계속돼온 반군과의 내전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GDP(국내총생산)는 25억달러(99년), 1인당 GDP는 500 달러(99년), 실질 GDP 성장률은 3.8%(2000년), 주요자원은 다이아몬드, 보크사이트, 철, 야자, 커피, 코코아, 수산물 등이다. 한국과는 1962년, 북한과는 71년 수교. 교민은 40여명(2002년 3월 현재)으로 사진관 운영, 수산업, 선교활동에 종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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