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사랑따윈 필요없어'

수려한 풍광 못쫓아간 허술한 '러브 스토리'


'국민여동생' 문근영이 나온다. 삿포로 눈밭, 보성 녹차밭, 창녕 우포늪 등 소문난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찍었다. 게다가 GOD의 '거짓말', 동방신기의 'HUG' 등을 찍은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이 연출했다. 이쯤 되면 답이 나온다. '사랑따윈 필요 없어'는 '안티'없이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배우 문근영을 뮤직비디오 출신의 감독이 찍은 아름다운 화면과 함께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인 듯 보인다. 스토리보다는 문근영ㆍ김주혁의 이름값과 영상미가 마케팅 포인트라는 뜻이다. 호스트바 '아도니스 클럽'의 호스트 줄리앙(김주혁)과 시각장애인이자 재벌 상속녀인 류민(문근영). 살아온 환경은 다르지만 두 사람은 모두 "사랑따윈 필요 없어"라고 외치며 인간의 진심을 믿지 않는 상처 받은 사람들이다. 둘의 인생은 줄리앙이 28억이라는 빚에 쪼들려 류민을 찾아가 잃어버린 가짜오빠 행세를 하게 되면서 얽힌다. 처음엔 차갑게 서로를 밀어내던 두 사람. 하지만 그러는 가운데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의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사랑이 싹튼다. 영화에서 가장 멋들어지는 부분은 삿포로, 보성 등에서 찍은 아름다운 영상들이다. 수려한 풍광 속에서 두 선남선녀가 미묘한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은 마치 한 장의 그림엽서를 보는 것 같다. 그만큼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하지만 이런 풍광은 영화의 스토리에 전혀 섞여 들어가지 못한다. 스토리 따로 화면 따로다. 게다가 일본 TBS의 10부작 드라마를 단 두시간으로 압축한 덕분에 군데군데 헐렁함이 보이는 영화 스토리와 도식적 대사들은 방금 봤던 그림 같은 장면의 감흥을 빼앗고 있다. 결국 남는 것은 문근영, 김주혁 뿐이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전작들과 같은 연기력과 에너지를 기대해서는 금물. 지나치게 예쁘게만 꾸며진 화면과 대사의 힘에 눌려 이들의 연기력은 전혀 발휘되지 못한다. 이제 막 소녀에서 숙녀로 넘어가며 성숙한 연기에 도전하는 문근영의 모습은 여전히 예쁘지만, '어린신부' '댄서의 순정'때처럼 강렬하게 즐거움을 주지는 못한다. 충무로에서 연기력으로 인정 받고 있는 차세대 배우 김주혁 또한 그의 역량을 반밖에 보여주지 못한다. 배우들 때문이라기 보다는 전적으로 영화 자체의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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