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盧-金 첫 회담전 기념촬영
노무현(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이틀째인 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첫 회담을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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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오른쪽 두번째)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명품차 세트와 DVD를 선물하면서 설명해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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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예측불허 행보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일정이 수시로 변경돼 거의 ‘오락가락’ 수준이기 때문이다.
3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은 당초 오전10시에 예정돼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30분 앞당겨 회담장이자 노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나타났다. 자연 회담 시작 시간도 30분 앞당겨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 일정 자체를 하루 연장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사실 김 위원장의 예측불허 행보 탓에 일정이 변경되는 일이 잦았다. 북측은 전날 노 대통령의 환영행사도 당초 남북이 합의했던 장소를 3대 헌장 기념탑에서 당일 오전 4ㆍ25 문화회관으로 급작스레 바꿔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 나타나 사실상 ‘깜짝 영접’을 했다. 행사가 길어지면서 오후2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회동도 1시간 정도 늦어졌고 결국 이후 예정됐던 노 대통령의 3대혁명전시관 내 중공업관 방문이 다른 날로 미뤄졌다.
이와 관련, 정부가 양국 정상회담 등 일정을 명확히 하지 않고 노 대통령 방북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첫 정상회담 시간이 앞당겨진 데 대해 김정섭 청와대 부대변인이 “1차 정상회담 전례에 비춰 그렇게 진행될 수 있겠다고 본 것이지 30분 차이가 일정 변경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김 위원장 일정은 회담기간 내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남북회담의 주도권과 북한 내부의 정치적 위상을 고려해 일정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있다.
김 위원장의 오락가락 일정에는 그의 독특한 특성도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동선 노출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호상의 문제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때도 김 위원장은 사전 통보 없이 순안공항에 나타났을 뿐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승용차에 동승하는 예측불허의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그럼에도 각종 행사 때마다 김 위원장의 예측불허 참석 여부에 따라 정상회담 일정 자체가 오락가락하는 것은 의전상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물론 김 위원장이 이날 회담장에 일찍 나타난 것이나 회담기간 전체를 연장하자고 제안한 것에는 이번 회담의 의제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예상되는 평화보장과 남북간 경제협력 등의 문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양측은 어느 때보다 내용 있는 회담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