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 회장이 “국내 인수ㆍ합병(M&A) 시장은 과열됐다”며 대한통운이나 쌍용건설 등 대형 매물 인수에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M&A의 귀재’로 불리는 강 회장이 M&A시장에 경고음을 보냈다는 점에서 향후 그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달 29일 중국 다롄시에서 열린 STX 다롄조선소 기공식에 앞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국내 M&A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된 상황이어서 높은 금액을 주고 사들이는 것은 인수기업이나 피인수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STX가 2대 주주로 떠오른 대한통운 인수전과 관련, “이미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 (인수여부를) 심사숙고중”이라며 “(대한통운 인수에) 무리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STX그룹은 지난해 대한통운 지분을 14.8%나 전격적으로 사들이는 등 그동안 물류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의사를 보여왔다. 강 회장은 또 쌍용건설 인수전 참여여부에 대해 “현재로서는 쌍용건설을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는 기존의 건설사를 비싼 돈을 들여 인수하기 보다 오히려 STX건설 등 계열사를 탄탄하게 키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회사 안팎에서는 강 회장이 최근 타이거오일을 전격 인수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임에 따라 올해도 공격적인 인수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해왔다. 강 회장은 그러나 S-Oil 자사주의 인수 실패에 대해서는 아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진그룹이 제시한) 그 정도 금액이라면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면서 “한국에서는 더 이상 정유업을 할 기회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에너지사업에도 과거와 달리 한발 물러서는 듯한 입장을 나타냈다. 강 회장이 “최근 인수한 타이거오일을 통해 에너지사업 전반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서 “그 다음에야 에너지 사업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STX그룹은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STX팬오션을 이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한편 STX는 지난달 30일 중국 다롄시 장흥도에서 국내 최초의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글로벌 생산시대를 열었다. 강 회장은 이날 “오는 2012년까지 장흥도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에서만 30억 달러(2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진해조선소(올해 매출목표 2조원)와 다롄조선소의 매출비중을 각각 절반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STX는 중국 신조 조선소와 블록공장, 배후설비공장 등 5곳에 초기 자본금 1억9,000만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