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기대 급반전‥최악의 悲報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던 김선일(33)씨 피랍사건이 끝내 참수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피살 몇시간 전인 22일 밤 아랍위성TV인 알 아라비야가 화면 아래 자막으로 "한국인을 억류 중인 납치범들이 요구시한을 연장했다"고 보도하고 종교단체와국내 사설경호업체를 통해 김씨의 생존이 확인되면서 석방 교섭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상황이 급반전된 셈이다. 이에 따라 웃음을 찾아가던 정부 당국자들의 모습은 더없는 침통으로 바뀌었고김씨의 생환을 기대하던 국내 언론 또한 결과적으로 오보를 한 셈이 됐다. 이 같은 분위기 급반전에는 김씨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국민적인 기대와 이라크무장단체의 강경 입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일단 분석된다. 21일 테러단체의 비디오 공개 이후 정부는 이들 단체와 접촉 루트를 찾는데 총력을 경주했고 22일 중개자를 거친 간접 통로이기는 하지만 접촉이 이뤄지고 김씨의생존을 확인하면서 희망 섞인 기대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 정부는 김씨의 생존 소식이 속속 전해지던 22일에도 희망을 가지는 가운데서도 그나마 신중한 자세로 이번 사건을 다뤘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외교부와 NSC 합동대책회의를 격려차 방문한 자리에서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은 알 아라비아 방송보도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전제한 뒤"남은 숙제는 방향을 확실히 확인하고 무사귀환하도록 조용하고 신속히 노력하는 것"이라고 보고했다. 정부측에 비해 김씨의 생환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종교단체와 민간단체의 경우김씨의 생존 만으로 무사귀환 가능성을 '장미빛'으로 과신했고 협상 여지에 대한 판단 잘못이 망연자실한 충격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게다가 이번에 김씨를 납치한 이라크 테러단체인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가 목표를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철회에 확고히 하고 있었던 것도 반전을불러왔다. 지난 4월 무사히 풀려난 일본인 인질 5명을 억류했던 '사라야 알 무자헤딘'(전사여단)이라는 무장세력은 종교색이 옅은 수니파의 무장정파로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는 무관한 보통의 무장 이라크민이었다는 지적이다. 김선일씨 억류 단체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김씨가 한국 정부의 파병 철회말고는 협상의 문을 열지 않은 강경 테러단체에억류돼 있었던 점에서 예고시한을 넘긴 생존 만으로 성급하게 무사귀환을 기대한 것은 애당초 무리가 아니었느냐는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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