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문화산책] 프랑스 파리 공연, 감격과 유감
최준호(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
최준호(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
극단 들곶이는 ‘우리나라 우투리’의 프랑스 파리 공연을 기획, 성황리에 마치고 귀국했다.
파리는 매일 300여개의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요즘은 2004~2005 시즌의 막이 오르는 시점이다. 이러한 때 우리 작품이 집중 부각되기는 어려웠지만 세계적인 명문 태양극단 전용극장의 500석 객석을 메운 관객들의 반응은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끼게 했다.
21명의 배우들이 연기하고 춤추고 노래하며 무대 위의 악사들과 서로 호흡을 주고 받는 총체적인 연극은 2000년 전 그들이 잃어버린 전통이다. 게다가 전통예술과 무예로 훈련된 우리의 예술가들은 넘치는 에너지와 완벽한 앙상블로, 희극과 비극의 절묘한 교차로 관객을 사로잡는 극적 연결로, 무대와 객석의 벽을 허무는 왕성한 의사소통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도 자리를 뜰줄 몰랐다.
공연 전문가들조차 한국 연극의 수준에 대해 경의를 쏟아부었다. 그 중 아비뇽축제를 20년 이상 이끌었던 베르나르 페브르 다르시에 전 예술감독이 한 말은 긴 여행과 객지에서의 노고를 잊게 해줬다. “여러분들은 연극의 미래를 위해 용기를 줬습니다”
그곳에서의 아쉬움은 다름 아닌 ‘우리’들에게 있었다. 열흘간의 일정 중 첫 공연에 찾아와준 파리 주재 한국문화원장과 문화원 직원들을 제외하면 한국관객은 극소수밖에 만날 수 없었다.
교민신문에 기사를 싣고 문화원 뉴스와 월간 프로그램에 인쇄하는 등 최대한 공연 소식을 전했다. 이는 추석을 맞아 교민ㆍ학생들에게 신명 나는 공연을 선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프랑스 관객들은 급격히 늘어난 반면 대사관 직원은 전무하고 한국인은 손에 꼽을 정도로 희박했다.
정부가 주최해 수억원 이상의 자체 경비를 들여 파리의 큰 극장에서 올리는 홍보성 공연에 무료로 동원되는 데 익숙해서 유료공연은 낯설다는 한 관계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세계문화의 수도 파리에 살아도 공연예술과는 거리가 먼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곳에서조차도 문화를 향유하며 여유로운 숨을 쉬지 못하는 동포들에게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 공연기간 중 3곳에서 오는 2005년 초청의사를 밝혔다. 기쁜 마음을 그들에게 전하고 또 나누고 싶다.
입력시간 : 2004-10-01 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