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불경기 때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싼 물건만 겨우 팔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불경기일지라도 최종 전망이 명확한 경우에는 고액의 상품도 팔릴 수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보다 미래에 대해 얼마만큼 불안을 느끼고 있느냐가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는 이처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소비자 심리 분석으로 접근했다. 싸도 안 팔리고 비싸도 잘 팔리는 물건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뒤죽박죽 행동에도 인류의 수백만 년 진화의 원리가 작용한다는 논리다. 기쁨과 슬픔의 복잡한 감정이 생기기 전 맨 먼저 탄생한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인류의 조상인 유인원들이 적의 움직임을 살피며 두려움과 불안감에 숨어 있었을 시간은 길어봤자 10분 정도였을 것이다. 불황에 맞서 경기회복을 기다리는 불안감도 유인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현대인은 막연한 불안이 몇 년이나 지속될지는 두려운 것은 물론 건강, 노후, 미래 등의 걱정까지 동시에 끌어 안고 있다. 진화의 역사를 따라 기술된 책은 집단 생활의 시작과 질투심의 발현, 평등에 집착하는 인간의 심리,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쾌와 불쾌 등을 다룬다. 특히 3장에서는 사회적 동물로서 늘 주변을 의식하는 인간의 소비행위 특질들을 소개했다. 부자의 죄책감, 집단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부끄러움 등이 그 예인데 저자는 "부자들까지 지갑을 닫음으로써 불황이 더 깊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자들의 죄책감을 없애고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할 것"을 제안한다. 뇌과학, 행동경제학, 진화심리학을 아우르는 풍성한 실험 이야기가 재미있게 읽혀 있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