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인터뷰 "큰 욕심 안부리고 즐겁게 배울래요"

CJ 나인브릿지 우승 美 투어 직행


“신인왕이나 우승 같은 욕심 없어요. 뭐 배울 것 없나 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갈 거에요.” 난생 처음 출전했던 미국 LPGA투어 나인브릿지클래식 우승으로 미국투어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은 이지영(20ㆍ하이마트). 우승 다음날인 31일 서울에서 만난 그녀는 우승 직후 그랬던 것처럼 “아무 준비 없이 너무 빨리 미국에 가게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뭘 이루겠다는 강박 관념은 가지지 않겠다”며 밤 사이 먹은 마음을 밝혔다. 그 동안 대부분의 선수들이 ‘큰 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랐다. 승부욕을 비롯한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특유의 낙천적인 성향과 스스로 선택해 나름대로 즐기며 골프를 해온 이력 때문인 듯했다. 어떤 이는 이런 이지영을 보며 ‘그 동안 외부 힘으로 만들어져 뭔가 딱딱했던 선수들과 달리 스스로 만끽하는 부드럽고 유쾌한 이미지’라며 ‘한국여자골퍼가 업그레이드 됐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이지영이 아무 고생 없이 지금 그 자리에 선 것은 아니다. 우승 직후 눈물 흘린 것을 떠올리며 “볼이 안 맞아 연습장에서 혼자 울던 일, 힘들어서 주사 맞고 누워있던 일 등이 스쳐가서 그랬다”고 그 동안 애태웠던 사연을 털어 놓았다. 당장 쓸 의도는 아니었지만 착실히 미국 진출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지영은 올 시즌 초 약 3개월 동안 국내 대회가 열리지 않았을 때부터 개인 교사를 통해 영어를 배워 “아직 말을 잘 하지 못하지만 대부분 알아듣기는 하는 수준”이다. 또 동계 훈련지로 이미 미국 플로리다주를 정해 놓기도 했다. “특별히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는 이지영은 “좋은 선생님도 많고 다들 가는 미국이라는 곳은 연습장이나 코스, 잔디가 어떻게 다른지 보고 싶었다”며 미국에서 겨울을 나려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지영이 미국 진출을 ‘아직 먼 일’이라고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는 ‘루키는 2년 동안 국내 무대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한국 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규정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지영은 ‘나인브릿지 우승자는 예외’라는 또 다른 규정 덕에 미국으로 직행하게 됐다. 당장 다음 주 앨라배마주 모빌에서 열리는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대회에 출전하게 된 이지영은 “미국 방문은 이제 두번째”라며 “7일 출국 한다”고 했다. 아직 캐디는 정하지 못한 상태. 지난 5월 한국여자 오픈 때 스승인 공영준, 이번 대회에서는 나인브릿지 클럽의 베테랑 캐디 이희경씨가 백을 멘 덕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스스로도 인정, 유독 캐디 의존도가 높은 점을 지적하자 이지영은 “그게 무슨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내게 판단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결국 결정하고 샷을 하는 것도 나 자신 아니냐”고 반문한 이지영은 “선수는 누구나 캐디 도움을 받는다”며 “좋은 캐디를 만나 오래 호흡을 맞추고 싶다”며 골퍼와 캐디 사이의 믿음과 정을 강조했다. 스승과도 마찬가지. 첫 우승 때 백을 맸던 프로골퍼 공영준이 모친 상으로 미국에 가 “아직 나인브릿지 우승 소식은 모르실 것”이라는 이지영은 “선생님도 투어 생활을 하시는 만큼 틈 나는 대로 전화로 원포인트 레슨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스윙 교정을 해준 김정환 KPGA 세미프로에 대해서도 “미국에 가서 다른 선생님에게 배우더라도 내 스윙을 더 잘 아시는 분이니 도움을 청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지영은 “아직 얼떨떨하다”고 말했지만 특유의 유쾌함으로 ‘우승 후 폭풍’을 즐기고 있었다. 우승 다음 날인 이날 오전 제주에서 올라왔다는 그녀는 “장정 언니 소개로 평소 좋아하던 로리 케인과 인사했고 비행기에 탔더니 기장님이 나인브릿지 우승자가 탔다고 안내 방송해주고 15개가 넘는 신문에는 온통 내 사진이었다”며 “진짜 기분 좋다”고 했다. 오후에 방송 출연을 2번 했고 내내 또 다른 방송의 6mm카메라가 옆에 붙어 일거수일투족을 다 담았지만 내내 생글거렸다. “한복은 유치원 이후 처음 입었다”는 이지영은 “귀엽다, 웃기다 의견이 분분한데 나는 좀 이상한 것 같았다”면서 “사진을 보면 옷보다 내가 해냈구나 하는 데 신경을 쓰게 된다”고 했다. 우승 직후 같은 소속사의 김주미, 문현희, 송아리 등과 저녁을 먹으며 “주미 언니가 준 술을 한잔 먹었다”는 이지영은 “미국 가서도 선배들 잘 따라다니겠다”고도 했다. 이지영은 “이번 대회 출전 전부터 스윙 교정 여파로 팔과 허리 등에 통증이 있었다”며 이날 팔에 스포츠 붕대를 하고 있으며 시즌 중반 감기후유증으로 천식까지 생겨 컨디션은 다소 좋지 않았다. “그래도 국내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챔피언십에 나갈 예정”이라는 이지영은 “앞으로 한국 골프의 이름을 빛내는데 도움이 되는 일은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