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모기업의 몰락 등으로 웅크리고 있던 수입차들이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19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수입차종은 27개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 업체들이 밝힌 올해 도입예정차종 10여개에 비해 훨씬 늘어난 것이다. 수입차협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고 판단한 업체들이 신차종 도입 등을 통해 시장 공략에 다시 나서고 있다”며 “지난 6월 말까지도 하반기 출시 계획을 밝히지 않았던 브랜드들이 최근 들어 신차종 도입계획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차는 지난해 9월 시장점유율을 7.82%까지 끌어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소비 위축과 고환율 여파로 국산차에 밀려 4%까지 점유율이 급락했다. 특히 6월 종료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에 따른 혜택도 현대ㆍ기아차 등 국산차에 집중되면서 5월 수입차 점유율은 4.7%로 지난해 10~11월 수준에 머물렀다. 수입차 업체들은 하반기 신차 출시를 통해 붐을 조성하고 이미지 쇄신에 나설 계획이다. 엔고로 수입차 가운데 가장 혹독한 시기를 보낸 일본차들은 부진을 씻고 공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 국내 시장에 상륙하자마자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마케팅 활동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한 닛산코리아는 최근 자사의 아이콘인 1억4,000만원짜리 485마력의 GT-R를 내놓았다. 판매물량은 많지 않겠지만 진보된 기술력과 성능을 알리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오는 8월에는 닛산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370Z를 투입해 분위기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66.7%나 떨어졌던 지난해 수입 1위 업체 혼다코리아도 수모를 씻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반기 신차가 없는 대신 차량 가격을 최근 5%가량 내렸다. 렉서스의 판매가 올 상반기 전년 대비 22.8% 하락하는 등 최근 한국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한국토요타는 10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하이브리드카인 3세대 프리우스를 들여와 친환경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빅3’의 몰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미국 업체들도 이미지 쇄신 작업에 한창이다. GM의 파산으로 숨죽이고 있던 GM코리아는 예상보다 앞당겨진 ‘뉴GM’의 출범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로 브랜드 이미지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GM코리아는 성공적인 부활을 위해 성능을 앞세운 캐딜락의 슈퍼카 CTS-V 등 3종을 10월부터 판매한다. 우현 GM코리아 부장은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캐딜락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며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브랜드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일본차의 고전에 따른 반사이익을 봤던 유럽차들은 하반기 신차를 대거 투입해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유럽형 하이브리드차량을 가져오겠다고 밝힌 데 이어 BMW코리아 역시 최고가 모델인 760Li를 비롯해 6종의 신차를 들여오는 등 상위 업체들의 시장 공략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말 유로화 급등에 따른 환차손으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푸조의 공식 수입업체인 한불모터스도 활동을 재개했다. 이 업체는 다음주 하드톱 컨버터블 중 리터당 14.7㎞의 연비로 동급 최강인 308㏄ HDi를 선보이는 등 기록적인 신차를 통해 재도약을 예고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해 올 하반기 점유율이 6%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