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숨은 일꾼, 법무팀] <5> 한화

기업경영 숨은 일꾼, 법무팀 <5> 한화
부품 수입·기술 도입때 대폭적 권한 위임 받아
2005년 6월 출범… 12명 불구 맨파워 "으뜸"
김승연 회장이 변호사 채용때 직접 면접하기도

“밝고 환하게 웃는 얼굴을 찍어 달라”며 주문하는 채정석(가운데) 한화 법무실장의 말에 함께 한 팀원들이 함박웃음을 짓고있다. 팀원들은 채 실장에 대해“판단이 정확하고 합리적이며 우유부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호기자


계약 협상 참여 "위험 사전차단" 기업경영 숨은 일꾼, 법무팀 한화부품 수입·기술 도입때 대폭적 권한 위임 받아2005년 6월 출범… 12명 불구 맨파워 "으뜸"김승연 회장이 변호사 채용때 직접 면접하기도 김홍길 기자 what@sed.co.kr “밝고 환하게 웃는 얼굴을 찍어 달라”며 주문하는 채정석(가운데) 한화 법무실장의 말에 함께 한 팀원들이 함박웃음을 짓고있다. 팀원들은 채 실장에 대해“판단이 정확하고 합리적이며 우유부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호기자 지난 해 5월. 한화 법무실 김중원 변호사는 사업부 직원들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정밀부품 및 기술도입 계약협상에 함께 참여하기 위해서다. 현지 거래업체 직원들과 마주 한 김 변호사는 대뜸 “공장을 둘러볼 수 있겠느냐”고 제안했다. 거래업체 직원들은 ‘변호사가 왜 공장을 둘러보냐’며 의아해 했지만, 김 변호사의 의지가 강해 견학을 허락했다. 김 변호사는 1시간여 공장을 꼼꼼히 둘러본 후 직원들에게 예상되는 법적 리스크나 궁금한 점에 대해 설명해 줬다. 한화 직원들은 이를 토대로 거래업체 직원들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김 변호사는 이를 토대로 계약서 초안을 만들어 나갔다. 김 변호사는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업체와의 협상에서도 똑같이 했다. 한화는 몇 달 후 이들 업체들과 정밀부품 수입 및 기술도입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추구팀의 수비수 역할”= 한화가 수입계약을 맺은 기계부품은 대부분 고정밀 부품들이다. 때문에 계약을 아무리 꼼꼼히 해도 나중에 예상치 못한 책임논란이 문제가 되곤 한다. 하지만 한화 법무실이 생긴 이래 계약을 마친 후 문제가 불거진 사례는 전무하다. 왜냐하면 한화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초기 단계 의사 결정 과정에 사내 변호사가 직접 참여하도록 대폭적인 권한을 주기 때문이다. 마치 축구팀의 수비수처럼 사내변호사들이 ‘시합’(협상)에 참여해 ‘볼’(허점)이 ‘골대’(계약서)에 들어가지 않도록 미리 차단하는 셈이다. 특히 한화는 사내변호사의 역할에 대해 계약단계의 법률적 조언이나 계약서 문구 검토 수준이 아니라 계약협상의 핵심역할을 담당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과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이다. 채정석 한화 법무실장(부사장)은 “계약 잘못으로 기업에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위험발생을 예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기업이 맘놓고 공격경영을 할 수 있도록 완벽한 수비수 역할을 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범은 늦어도 맨파워는 으뜸= 한화 법무실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탄생이 늦었다. 지난 2005년 6월에야 정식 출범했다. 법무실 식구도 12명 수준이다. 삼성ㆍ현대차 등에 비교하면 아직 숫적으로 열세다. 그러나 맨파워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검사(사시 23회) 출신의 채 실장은 최강 법무실을 목표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채 실장은 지난 96년 여주 지청장 근무시절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아가동산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열혈검사로 유명하다. 채 실장은 평소에도 “변화와 도전을 즐긴다”는 말을 곧잘 할 정도로 파워풀한 일솜씨로 정평이 나 있다. 한화 내부에서도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는 눈치다. 재계 관계자 역시 “시작은 늦었지만 맨파워가 좋고, 조직틀이 급속히 안정되고 있다”고 부러워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25층 집무실에서 만난 채 실장은 “완벽한 법무시스템 구축을 위해 여러가지 추진 로드맵을 실행하고 개선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요즘 경황이 없다”고 말했다. 정상식 상무는 사시 35회로 인천지검 특수부를 거쳐 한화에 합류했고, 김태용 상무는 사시 29회로 서울고법 등을 거쳐 법무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이밖에도 김중원ㆍ김태형ㆍ최혜원ㆍ김동명ㆍ김진희ㆍ황보현ㆍ박웅철 변호사 등은 한화 법무실을 이끌 신예로 주목받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직접 변호사 면접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해 공채 1기 변호사채용때 면접을 직접 봤다. 지금까지 임직원 채용 면접에 나선 적이 없는 김 회장으로선 이례적 행보다. 김 회장은 “문제가 커진 상태에서 외부의 로펌을 활용하게 되면 무슨 소용이냐. 내부에서 법무인력을 양성해 각종 법률문제에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며 법무인력 양성에 애착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 실장은 “장기적으로 그룹 법무실을 인큐베이션 기능과 계열사 법무팀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만 수행하고, 대신 계열사 법무팀을 강화하는 쪽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2015년까지 30여명의 변호사를 확충, 총 40여명의 인원으로 세계적인 법무실을 만든다는 목표다. 입력시간 : 2007/04/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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