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수, 후배 통해 이룬 금메달

"제가 못다한 올림픽 금메달을 (유)승민이가 대신 이뤄줘 너무 기쁩니다. 중국을 무너뜨리고 그것도 탁구의 꽃이라는 남자단식에서따낸 금메달이라 더욱 값지게 느껴집니다." 호쾌한 파워 드라이브를 앞세워 90년대 한국 남자탁구를 주름잡았던 김택수(34. KT&G) 남자 국가대표팀 코치는 지난 4월 갑자기 은퇴를 발표하고 대표팀 코치로 지도자의 길에 접어 들었다. 당시 국제탁구연맹(ITTT) 세계랭킹에 따라 올림픽 자동출전권을 얻은 유승민(삼성생명)과 오상은(KT&G)을 제외한 실업팀 선수가 모두 출전한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로 태극마크를 얻은 김택수의 은퇴는 의외였다. 체력적인 부담은 있었지만 오상은과 짝을 이룬 복식에서는 여전히 금메달 후보로 꼽혔기 때문. 당시 김 코치는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4년 연속 올림픽 출전 기회를 포기한 이유에 대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려고 고심 끝에 결심했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광주 숭일고 3학년이던 지난 87년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 17년 가까이 한국 남자의 에이스로 활약해왔던 김 코치로서는 선수 생활에 대한 욕심도 많았지만 자신과똑같은 오른손 펜홀더 공격형인 12년 후배 유승민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대표팀은 6월 초에야 본격적인 훈련을 하게 됐지만 김 코치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유승민과 함께 하며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전수했고 유승민의 약점이던 `이면타법' 공략을 위해 소속팀 선수인 이정삼을 연습 파트너로 붙여 적응력을 높여갔다. 유승민은 김 코치의 집중 조련 덕에 기량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고 지난 7월US오픈 2관왕에 오르며 세계랭킹이 3위까지 뛰어오를 수 있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 동안 내내 벤치를 지키며 유승민에게 상대 공략을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긴장했을 땐 형처럼 따뜻하게 격려로 용기를 북돋워줬다. 결국 유승민은 지금까지 6번 싸워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이면타법의 고수 왕하오를 단식 결승에서 꺾고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16년 만의 금메달 쾌거를 이룬 뒤그의 품에 안겼다.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때 단식 정상에 올랐으나 올림픽에선 바르셀로나 대회 때단식과 복식 각 동메달이 최고의 성적이었던 그가 못다한 꿈을 후배를 통해 대신 이룬 셈이다. 그는 "얼마 전 승민이를 1시간 가까이 혼냈더니 다음날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올림픽 금메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며 "성적에 대한 부담이 많았지만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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