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대를 전후해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는 누가 더 담력이 센가를 겨루기 위해 차를 몰고 서로를 마주보며 정면으로 돌진하는 게임이 유행했다. 속칭 치킨게임이다.치킨(chicken)이라는 단어에는 겁쟁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목숨을 걸고 죽을 때까지 싸우는 상황을 유추해 볼 때도 닭싸움이라는 말을 붙일 만하다. 실제로 닭들의 싸움인 투계(鬪鷄)를 보면 그 싸움의 맹렬한 기세가 여느 동물보다 치열하기 때문이다.
제조원가를 밑도는 반도체 가격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공급과잉이 그동안 지속된 것도 제조업체간의 일종의 치킨게임이 있었던 것으로 비유될 수 있다. 투계와도 같았던 이러한 치열한 전쟁이 서서히 마무리되고 있다.
겁쟁이라고 불리지 않기 위해 생명을 포기하기보다는 충돌을 피해 생명을 보전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으로 평가된다. 이를 계기로 국내 증시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반도체 시장의 안정도 기대해 본다.
/신삼찬 하나경제硏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