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없이 살기 바빠 자칫 주변을 잊고 지내기 쉽다. 가족 다음으로 가까운 친척과 만난지도 상당히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지는 요즘이다.
이는 소가족제, 도시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농경문화의 중심인 대가족제가 붕괴되면서 친척도 급속히 잊혀져갔다. 공간적, 심리적 거리가 동시에 멀어지고 있는것이다.
소설가 손영목씨는 최근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친척들을 두루 둘러봤다. 어느날재종형의 전화를 받고 '이게 사는 게 아니구나' 싶어 자동차를 몰고 고향인 거제도로 달려갔다. 그리고 가까운 친척을 모조리 찾아다녔다.
그래서 낸 것이 「친척」(강 펴냄). 손씨는 이 여행기에서 '나에게 친척은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그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준다.
친척은 가족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타인도 아닌 중간자들. 말이 중간이지 타인보다는 나와 가족에 훨씬 치우쳐 있는 존재이다. 그런데 이들이 지금 급속히 멀어져가고 있다. 사는 곳과 이름이 가물가물해져가는가 하면 2세와 3세들은 아예 그들에게 관심조차 없는 것같다.
손씨는 남행길에서 그리운 사람들을 만났다. 이종사촌형도 만났고, 재종형도 만났다. 사촌누님, 고모, 조카들도 얼싸안았다. 그들과 손을 잡고 얘기를 나누는 동안 잃어버린 자신도 되찾았다.
손씨는 "이 여행기는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결코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사람 중에 친척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없고 남의 친척이 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볼 때 누구에게나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척은 특히 요즘처럼 어려울 때 더욱 그리워지는 대상이다. 내민 손을 선뜻 잡아주고, 속상한 이야기도 받아들여주는 포근함이 있는 상대이다. 그래서 물질로는 헤아릴 수 없는 위안과 힘을 그들에게서 느낀다.
다가오는 한가위에 고향을 찾겠다는 사람들이 예년보다 늘었다는 보도는 무엇을 말할까. 삶에 지친 사람들이 자신을 안아줄 의지처를 그만큼 그리워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 272쪽. 7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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