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이것이 궁금하다
"최소한 연말까지 버티자" 시각도
현대가 8일 채권단에 현대건설 경영정상화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현대사태는 고비를 넘기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제기되는게 궁금증이 몇가지 있다. 이 궁금증의 해소는 곧 현대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왜 자구안이 아니고 설명서인가=정부와 채권단이 자구안을 꼭 내라는 것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건설의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만 설명하면 되지 궂이 자구안이라는 형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는 것.
이날 현대의 자구계획 설명은 그동안 건설의 자구계획에 대해 계속 협의를 해 왔기 때문에 큰 줄기 보다는 구체적인 실천방안과 세부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춰 이루어 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 내ㆍ외부에서는 그러나 당초 '자구안 제출'에서 '자구계획 설명'으로 바뀐 것에 대해 '현대의 배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채권단이 최소한 연말까지는 법정관리나 출자전환을 통한 경영권 박탈 등의 강력한 조치는 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에 따른 행동이라는 것.
채권단으로서는 어차피 신규자금이 지원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추가로 자금이 물리지 않는데다 연말까지 연장할 경우 최소 500억원의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데 강수는 쓰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왕회장은 어떻게 되나=자신이 세운 거대한 현대그룹이 무너지는 소리를 서울 중앙병원에서 지켜본 정주영 전 명예회장은 건설의 유동성 지원 과정에서 최대주주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재 지분은 0.5%. 갖고 있던 회사채 1,89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새로 940억원을 출자하면 본의 아니게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 유상증자 비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건설지분이 최소 25%는 이를 것으로 보인다. 건설 하나로 오늘의 현대를 일군 '왕회장'은 모든 것을 잃고 다시 건설만 갖게됐다.
◇현대상선 보유 중공업ㆍ전자 지분 매각 왜 철회했나=건설의 자구방안으로 가장 확실하게 떠 올랐던 '상선이 보유한 중공업ㆍ전자 지분 매각안'이 자구안에서 빠졌다.
상선측의 강력한 반대가 그 이유. 여기서 미스터리로 남는게 김충식 상선 사장이 정몽헌 회장(MH)의 뜻을 거역할 수 있느냐다. 김 사장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 "결론부터 말하면 MH를 거역한게 아니라 오히려 MH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MH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한다고 잘못 발표한 건설측이 다급하게 자구안을 검토하다 보니 MH의 뜻과 달리 상선안을 발표했다는 것이 정설. MH의 본심은 건설문제는 건설자체와 일부 사재출연으로 마무리한다는 것. 우량기업인 상선을 끌어들일 경우 계열사 전체가 부실화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결국 '상선사태'는 MH의 뜻을 잘못 읽고 상선을 끌어들이려는 건설측과 발을 들여 놓지 않으려는 상선과의 신경전으로 끝났다.
◇가족들 왜 끝내 건설지원 외면했나=현실적인 문제가 컸다. 건설을 지원하는 것에 소액주주나 시민단체, 각사 채권단의 반대가 클 것으로 우려해 나서지 못한 것.
정몽구(MK) 현대ㆍ기아차 회장이나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은 건설문제의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한발 물러섰다. 정인영 한라 명예회장이나 정상영 KCC 회장도 여력부족으로 건설을 도울 수 없었다. 유일하게 건설사태에 힘이 됐던 정몽준(MJ) 현대중공업 고문은 정부측 인사와 MH를 오가면서 중재를 했다.
그러나 그도 중공업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공업 지분 인수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 직접적인 건설 유동성 지원문제에는 발을 담그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채수종기자
입력시간 2000/11/08 19:18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