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논공행상 본격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본격적인 논공행상에 착수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선거대책위원회 등에서 주요 활동을 하면서 노 당선자의 당선에 크게 기여한 민주당 의원들이 최근 속속 다음달 25일 출범하는 새 정부의 핵심보직에 기용되거나 노 당선자의 주요 대외활동을 대신하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자리를 받은 의원들은 임채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 문희상 새 정부 첫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 이상수 당 사무총장, 정세균 정책위 의장,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 신계륜 당선자 비서실장 등이다. 지난 대선 때 임 위원장은 선대위 정책선거특별본부장, 문 비서실장 내정자는 대선기획단장을 거쳐 선대위 출범 후 상임위원 겸 집행위 부위원장을 각각 맡았다. 정 의장은 국가비전21위원회 본부장겸 정책기획위원장, 이 총장은 총무본부장을 각각 지냈다. 이 대변인과 신 비서실장도 선대위 직책을 그대로 유지했다. 노 당선자가 특히 지난 4월 국민경선을 통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후 지난 대선에서 승리할 때까지 고비마다 정신적 지주가 된 김원기 상임고문도 새 대통령의 정치고문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고문은 지난 95년 김대중 대통령의 정계복귀와 새정치국민회의 창당합류 거부를 명분으로 결성한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에서 정치적 고락을 함께 하면서 `정치적 사부`로 불리우기도 했다. 역할을 부여받은 의원들도 많다. 선대위에서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정대철, 국민참여운동본부 공동 본부장으로 활동했던 정동영ㆍ추미애, 각각 노 당선자의 경제특보와 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으로서 당선자의 핵심 경제브레인이었던 강봉균ㆍ김효석 의원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정 전 위원장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특사로 지난 12일 방한한 제임스 켈리 미국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카운터 파트로 임명됐다. 그는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북한 핵문제와 외교마찰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 당선자 특사자격으로 다음달 초 미국과 일본을 방문한다. 추 전 본부장도 정 전 위원장 특사단에 합류한다. 정 본부장과 김 의원은 오는 23일부터 1주일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제33차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다보스포럼)에 노 당선자를 대신해 각각 대표와 부대표로 파견된다. 강 의원은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오는 19일부터 사흘간 미국 하와이주 빅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제16차 한ㆍ미 재계회의 운영위원회에 정부대표로 참석, 노 당선자와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한다. 이는 당선자가 누차 강조한 당정분리 정신에 다소 어긋나는데다 정치인들이 내년 총선에 전념할 있도록 새 정부 초기 정치인 입각을 배제하거나 최소화하겠다는 원칙과 배치된다. 그러나 노 당선자가 최근 부쩍 의원들을 요직에 배치하거나 중요 임무를 맡기는 것을 본격적인 포진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있다. 오히려 차세대 인물들에게 정책추진 능력을 배양하거나 국제적인 안목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개각 등 본격적인 인사에 앞서 의원들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기간 노 당선자측에 서서 적극적으로 도운 신기남ㆍ이해찬ㆍ천정배ㆍ이재정 의원 등 다른 인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 당선자가 새 정부 출범을 전후 본격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때 공신들이 앞으로 어떻게 요직에 기용될지 주목된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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