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실패 아쉬움 떨치고 3·4위전도 열띤 성원을"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자" 한달 가까이 지구촌 곳곳을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 축제가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26일 대부분 시민들은 독일전 패배의 안타까움과 함께 벌써부터 '축제의 밤'을 보낸 허탈감에 괴로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축제가 절정을 넘긴 바로 지금이 한동안 들떴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월드컵 이후를 차분하게 대비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축구가 비록 25일 독일전에서 아깝게 졌지만, 강한 체력과 스피트, 뛰어난 기량, 무한대의 정신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을 뿐 아니라, 4,700만 한국민의 열정과 결집력, 성숙된 시민의식을 전 세계에 과시함으로써 이미 '승자'가 된 만큼 남은 3,4위전까지 최선을 다해 주최국으로서 의연하고 깔끔한 마무리를 하자는 취지다. 한바탕 축제를 원 없이 즐긴 만큼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와 태극 전사들과 붉은 악마, 그리고 온 국민의 성원이 하나가 되어 어렵게 성취한 이번 월드컵의 소중한 성과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 시켜야지 흥분에 빠져 일상의 삶에 의욕을 잃는 '월드컵 후유증'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민용태 교수는 "월드컵 기간 우리 국민이 보여준 자신감과 혼연일체의 모습을 잊지 말고 밝은 미래를 찾는데 우리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 지 등 우리 스스로를 차근차근 되돌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제 월드컵 기간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정리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최명숙 사무처장도 "우리 팀이 결승에 진출하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3, 4위전이 남았으니 끝까지 성원을 아끼지 말자"며 "승패에 집착하기보다는 우리의 가능성과 희망을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붉은 악마' 강우민(21)씨는 "독일전 패배로 마치 월드컵이 끝난 것처럼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 걱정된다"면서 "마지막까지 뜨거운 응원으로 개최국 국민의 성숙한 면모를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10대 청소년들을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정신학과 신민섭 교수는 "월드컵 폐막 후 청소년들은 마치 명절이 끝났을 때 느끼는 허전함과 상실감을 동시에 겪을 수 있다"며 "특히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행동통제력이 미숙한 청소년들에게 부모와 학교 사회가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