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4·4분기 통화운용정책의 골자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금리인하와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 신용경색 완화 유도 등이다. 모두 통화공급을 늘려야 가능한 사안들이다. 국제금융시장과 환율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한 한은은 통화공급을 신축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금리인하 = 국내외 상황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현실화하고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가 대통령 경제기자회견을 통해 표출되면서 한은도 금리인하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의 금리인하 의지는 공개시장조작금리 인하에서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공개시장조작 금리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게 이례적이다. 이전까지는 내정이율을 밝히지 않고 규모만 알렸던게 통례. 그러나 이번엔 금리만 공시했을 뿐이다. 설령 은행들이 금리가 낮아진데 실망하고 환매채(RP)를 사지 않더라도 한은은 추가 매입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한은이 설정한 환매규모만큼 RP가 돌아오지 않을 경우 그 차액만큼 본원통화 공급이 확대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신용경색 완화 유도 = 한은이 RP와 통안증권 등을 통해 관리하는 공개시장조작 자금이 약 46조8,300억여원. 이번 조치로 야기될 은행들의 이자수입 감소액은 4,600여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정도의 이자수입 감소분을 대출로 돌리면 수조원의 신규대출이 가능하다. 박철(朴哲) 한은 부총재보는 『은행들이 저금리의 RP 등에 자금을 운용하지 않고 고금리대출로 운용하면 신용경색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형문(姜亨文) 정책기획부장은 『은행들의 수신구조도 대출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姜부장은 은행들의 총수신중 연 15% 이상의 고금리 비중이 지난 5월말에는 40%에 달했으나 지난 8월말 20%로 낮아졌고 이중에서도 3분의1 정도는 3개월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고금리 수신에 따른 부담 감소로 대출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생기는 시점에 한은의 금리인하가 전반적인 금리 인하추세에 탄력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한은의 금리인하는 당장 은행권 전체의 금리인하를 유발할 전망이다. 과도한 예대금리차로 비난을 받고 있는 은행들이 더 이상 고금리를 유지할 명분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朴부총재보는 『금리인하로 은행들의 기업대출이 일거에 대폭 확대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대출금리 인하를 통해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현금흐름을 개선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은은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여신과 대출한도 산정방식도 바꾸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함께 추진중이다. 현재 매출액과 연동되는 융자한도와 보증한도 산정을 기업의 회생가능성과 현금수지를 감안해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우에 따라 동일인 여신한도 등 현재 여신제도의 근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금융기관 자금지원 확대 = 4·4분기중 금융기관간, 금융상품간 자금이동이 심화하고 금융시장도 불안해질 수 있다는게 한은의 고민. 금리가 반등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기관과 신협, 신용금고 등의 금융기관구조조정과 신탁제도개편으로 투신사 자금이 은행의 확정금리상품으로 이동하거나 부실 투신사에서 우량 투신사로 급격히 이동할 경우 한은은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지원을 늘려 부족해질 수 있는 유동성을 조절할 계획이다.
더욱이 4·4분기중 대규모 국채발행으로 은행들이 유동성 부족을 겪게 될 경우를 상정해 신축적인 공급확대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환율이 변수 = 대내외적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통화공급을 원칙적으로 확대시킨다는 한은의 입장에는 한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국제금융시장과 환율이 안정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말해 외환시장의 안정기조가 깨지는 기조가 보이면 통화의 고삐를 죌 수 있다는 얘기다. 【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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