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이 장기 상승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수년래, 심지어는 수십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승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상품 시장이 향후 금융 시장의 새로운 `빅 테마(Big Theme)`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18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
▲미국을 필두로 한 세계 경제 회복 조짐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원자재 수요 확대
▲직접적인 원자재 수요자는 물론, 기관, 개인 등 투자주체 다변화
▲새로운 파생상품 등장에 따른 상품 투자 기회 확대 등을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무엇보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의 원자재 수요 급증 등으로 인해 상품 시장이 강력한 대체 투자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5~10년의 상품 가격 추이는 지난 20년간의 하락 장세를 역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미국의 증시 침체 이후 상품 시장은 주식 투자 수익률을 능가하고 있으며 최근 미 국채 가격 폭락 등으로 인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투자자들의 상품 시장 진입이 급증,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보수적인 투자 관행으로 잘 알려진 각국의 대형 연금 펀드들이 상품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연금 펀드들은 대부분 장기 투자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투자 패턴 변화는 상품 시장의 장기 상승 사이클 진입을 예상케 하는 또 다른 근거로 꼽히고 있다.
지금까지 주식과 채권에 비해 상품 시장에서는 소량의 자금만을 운용해 왔던 대형 기관들도 최근 상품 시장에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현재 월가에서 자산 투자 권장 사항에 유일하게 원자재를 포함시키고 있는 골드만 삭스 외에도 최근 메릴린치 등이 원자재를 포함한 광범위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원자재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거래량도 급증하고 있다. 상품 거래 전문가인 조지 게로는 “지난 3년간 거래량이 세배로 늘었다”면서 “90년대에는 상품 시장은 잊혀진 시장이었지만 요즘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금까지 파생 상품이 없었던 철강 선물이 조만간 런던 상품 거래소에 등장할 예정인가 하면 연내에 금값과 연동된 주식 상품들이 뉴욕과 런던에 선을 보이는 등 상품 투자의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최근의 상품 시장 호황이 과거 80년대처럼 반짝 장세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중국이라는 확고한 수요자가 버티고 있는데다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수단들의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에 상품 시장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지위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