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11월 3일]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

“우리는 금융감독원만 신경쓰면 됩니다.” 부실 문제로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 한 지방 저축은행 임원의 말이다. 이 임원은 증자 등 경영개선을 통해 예금 가입자들에 대한 책임을 다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저축은행의 생사여탈권을 쥔 금감원은 무섭지만 거래 고객의 권리는 알 바가 아니라는 뜻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와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저축은행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부 지방 저축은행들의 경우 수신이 감소하고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급격하게 부실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저축은행들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고객들에 대한 의무는 저버리고 있다. 물론 모든 저축은행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곳이 적지 않다. 어차피 5,000만원까지는 정부에서 예금자 보호를 해주지 않느냐는 식이다. 도덕적 해이의 전형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부실 저축은행일수록 경영상태에 대한 정보공개 의무도 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자신이 알아서 저축은행의 경영상황을 판단하려고 해도 최소한의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지방 저축은행은 금감원의 규정을 무시하고 경영공시를 자사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말까지 공개해야 하지만 11월이 됐는데도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감사보고서를 금감원의 전자공시사이트에 아직 올리지 않은 곳도 있다. 본지의 지적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우대하고 고객은 천시하는 일부 저축은행 업계의 현실은 과연 누가 만든 것일까. 시장에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존재한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 저축은행이나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지원방안에 신경써야 하겠지만 소비자의 권익도 보장돼야 한다. 고객은 뒷전인 저축은행의 행태는 뿌리뽑아야 한다. 금융감독당국의 강력한 지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