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이제는 감성시대] <5·끝> 1030을 잡아라

트렌드에 민감하며 기능·디자인등 안목도 갖춰
제품·서비스개발에 의견 반영땐 '대박 보증수표'
LG·삼성전자등 프로슈머 아이디어 적극 반영




한국은 흔히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시험무대(test bed)로 통한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국내 업체는 물론 외국 업체들도 자사 제품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다. 이는 국내에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얼리 어댑터는 남들보다 먼저 IT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해보고 평가 또는 개선사항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생산적 소비자(prosumer)다. 얼리 어댑터는 대부분 트렌드에 민감한 10대에서 30대 사이의 젊은층이다. 이들은 최신 제품에 대한 충동적인 구매경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기능 또는 디자인에 대해서는 상당한 안목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잘 활용하면 보다 뛰어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구전(口傳) 효과를 통해 매출기반을 확대할 수도 있다. ◇고객의 눈높이로 생각해야=즉석 사진기 ‘폴라로이드’ 아이디어는 세 살짜리 어린이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개발자 애드윈 랜드는 “지금 찍은 사진을 왜 바로 볼 수 없느냐”는 딸 아이의 물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폴라로이드를 개발했다. 어린이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한 폴라로이드는 출시되자마자 ‘대박상품’으로 떠올랐다. 히트 상품의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요구를 맞추면 된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아주 간편하게 고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세상이다. 바로 ‘인터넷’ 덕분이다. 얼리 어댑터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을 통해 특정 상품에 대한 평가를 공유한다. 인터넷은 기업 입장에서 훌륭한 ‘아이디어 창고’가 될 수 있다. 고객 의견을 제품 개발에 반영할 경우 일차적인 검증을 거친 만큼 고객만족도가 높다. 특히 그 제품, 나아가 기업에 대한 선호도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제품을 구매할 뿐 아니라 적극적인 추천자로 나서게 된다. 박정현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프로슈머를 활용하는 것은 이제 대세라고 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고객중심의 사고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슈머 활동은 대박 보증수표=프로슈머 활동은 대박상품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LG전자의 뮤직DMB ‘앤 FM35’가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은 “MP3플레이어로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까지 시청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소비자의 의견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앤 FM35는 시판 후 두 달 만에 무려 2만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LG전자는 프로슈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초 프로슈머 10명을 모집해 5개월 동안 ‘애니아 1기’를 운영한 데 이어 오는 9월부터 ‘애니아 2기’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애니아들은 고객의 만족도 및 요구 등을 조사한 후 마케팅 담당자들과 함께 자료를 분석한다. 이런 조사 및 분석작업을 토대로 디자인 및 성능을 개선함으로써 고객만족도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낸다. 삼성전자의 프로슈머 활동도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3개월 동안 ‘애니콜 드리머즈 1기’를 운영한 데 이어 조만간 ‘드리머즈 2기’를 모집한다. 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얼리 어댑터뿐 아니라 ‘애니콜 휴대폰’ 사용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포함시킨다. 삼성전자는 이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도록 지원 기능만을 맡는다. 이들은 시장반응 등을 조사해 감성과 디자인을 강조한 프로모션 전략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앞으로 출시될 신제품에 적극 반영될 예정이다. ◇소비자의 의견을 100% 반영해야=소비자들이 제품 및 서비스 기획이나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할 때 기업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자금ㆍ부품조달 등 여러 가지 제약요인을 내세우면 순수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사라지고 만다. 소비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소비자의 입으로 상품을 진솔하게 평가해야 프로슈머 활동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프로슈머 활동에서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기업들은 프로슈머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참여자들에게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은 채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데 주력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디자인 전문인력 양성기관인 ‘SADI’와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30대의 순수한 시각, 소비자에게 밀착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지만 ▦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조달 문제 ▦시장성 등에 대한 사전 검토는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요구 자체가 보다 획기적인 디자인 아이디어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SADI의 한 관계자는 “디자인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많은 의견을 교환한다”면서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주의한다”고 말했다. ● "사용후기 괜찮던데…" 인터넷 입소문 잡아라
네티즌 평가 신뢰도 높아
KT·SKT등 체험단 구성
'구전 마케팅' 활용 활발
인터넷 대중화와 함께 정보전달 속도는 광속(光速)을 방불케 한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순식간에 동심원처럼 멀리 퍼져나간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위협과 기회가 동시에 늘어났다는 것을 뜻한다.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면 그 회사의 평판은 눈깜짝할 사이에 올라간다. 반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나쁜 평가가 나오면 회사 이미지는 급전직하로 추락한다. 특히 1030세대는 인터넷에 아주 익숙하다. 중ㆍ장년층이 TV에 친숙한 반면 이들은 영화조차 인터넷으로 볼 정도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2006년 상반기 정보화실태조사'에 따르면 10~3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90%를 넘고 '정보획득'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비중도 87%에 달한다. 1030세대가 인터넷을 통해 퍼뜨리는 정보는 엄청난 효과를 낳는다. 이들은 광고보다 사용후기를 읽어본 뒤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업들도 이런 인터넷 입소문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기에 앞서 고객들로 체험단을 구성, 이들을 전도사로 활용하기도 한다. 허원무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IT 분야의 경우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기 때문에 믿을 만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며 "블로그나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마니아들이 제시하는 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입소문 마케팅 효과 세계 최고=한국에서는 인터넷 공간을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이 세계 어느 곳보다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에 어떤 제품의 성능 등 품질에 대한 평가가 올라오면 숱한 댓글이 쏟아지면서 금세 이곳저곳으로 퍼져 나간다. 그래서 기업의 마케팅 관계자들조차 매일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 들어가 자사 제품에 대한 여론을 탐색할 정도다. 이석규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동질성을 추구하는 한국인들의 심리와 세계적인 IT 인프라가 어우러져 입소문 마케팅의 효과를 높여준다"면서 "한 사람이 2~3개 동호회에서 동시에 활동하다 보니 정보 전달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보전달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 만족할 경우 6명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만 불만족스러울 경우에는 22명에게 이를 전해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따라서 나쁜 정보일 경우 단시간 내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될 수 있다. ◇체험단 활용한 마케팅 늘어=인터넷을 이용해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좋은 평가를 퍼뜨리기 위해 체험단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은 최근 신규 서비스를 시작하며 체험단을 운영했다. KT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 SKT는 초고속이동통신(HSDPA) 체험단을 각각 모집했다. KT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와이브로 서포터스를 모집, 운영했다. 와이브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생생한 의견을 듣는 창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비스 안정화에도 상당히 기여했다. 자동 업데이트 선택 기능 등 여러 개선안을 제시했다. SKT는 HSDPA 체험단을 50명가량 모집해 2개월간 운영했다. 이들은 정기적인 서비스 평가와 함께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특별취재팀:정구영차장(팀장)·한영일·권경희·최광·황정원기자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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