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치료 길 열려

다른 사람 공포 공감하는 뇌회로 규명
과학기술硏 신희섭 박사팀


사람은 살면서 자신이 직접 공포나 고통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공포나 고통을 받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이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다른 사람의 공포와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로 받게 될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연쇄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러한 사이코패스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정신분열과 같은 정신질환을 뇌과학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센터 신희섭(사진) 박사팀은 타인의 공포를 공감하는 능력에 관여하는 뇌 회로들과 그 기작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공포 감정이입에 뇌신경의 내측통증체계(medial pain system)가 관여하며 여기에 L-타입 칼슘이온통로(L-type Ca2+ channel)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공포는 위험하고 위협적인 상황 또는 자극에 대한 생물학적 반응이다. 공포를 인지하고 표현하는 것은 인류가 생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타인의 공포를 공감하는 능력은 사회 속에서 인간이 다른 사람과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나 정신분열증,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 등을 앓는 정신질환자들은 이러한 공감능력에 장애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해 공포 감정이입이 이뤄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행동실험법을 개발했다. 즉 쥐가 전기자극을 받는 다른 쥐를 보면 직접적 자극을 받지 않았는데도 공포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 같은 우리에서 함께 생활한 기간이 오래될수록 관찰하는 쥐가 느끼는 공포가 크다는 사실도 발견, 공포 공감능력이 고통을 받는 쥐와 이를 관찰하는 쥐 간의 친밀도에 비례해 증가한다는 점도 밝혀냈다. 특히 암수 커플의 경우 같은 우리에서 생활한 기간이 10주 이상이면 훨씬 강한 공포 공감반응을 보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편 연구팀은 유전학적 기법을 이용해 전측대상회피질에서만 L-타입 유전자를 없앤 돌연변이 생쥐의 경우 공포 공감능력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통해 L-타입 칼슘이온통로가 공포 공감능력에서 중요한 요소임을 파악했다. 신 박사는 "공포 공감능력에 관여하는 뇌 회로를 규명하고 L-타입 칼슘이온통로가 이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밝힘으로써 향후 공포 공감능력에 장애를 보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저널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3월1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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