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질환 방치마세요"

안면 홍조 등 치료 호르몬 요법 바람직막 50세를 넘은 주부 김영자씨는 요즘 들어 부쩍 손목, 발목이 시큰거리고 몸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밤에 잠도 잘 안 오고, 간신히 잠이 들어도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며 식은 땀이 흘러 깨기 일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칠일에도 화를 내고 피부도 부쩍 거칠어졌다. 몇 달 전부터는 생리도 불규칙하다. 폐경기에 접어들면서 체내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져 나타나는 '갱년기 장애'를 겪고 있는 것이다. 폐경기 여성의 약 70%는 이러한 갱년기증상을 호소한다. 그리고 증상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골다공증과 심혈관계질환 발생률이 높아진다. 29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1회 아시아태평양 폐경기학회 조직위원장 상계 백병원 이홍균 원장(산부인과)은 "아직도 '나이들면 그러려니'하고 폐경기 질환을 방치하는 여성들이 많다"며 인생의 3분의 1이상을 폐경 이후에 살게 되는 만큼 이 시기 건강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경기증상ㆍ질환=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안면홍조'. 얼굴이 갑자기 화끈달아오르면서 식은 땀이 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도 흔한 증상. 비뇨생식기가 위축돼 질이 따갑고 가려운 증상도 발생하며 요실금증도 나타난다. 피부도 얇아지고 주름살도 부쩍 는다. 장기적으로는 심혈관계질환 및 골다공증 등이 발생한다. 이외에 정신적으로 우울증에 빠지기 쉬우며 기억력도 감퇴한다. ◇여성호르몬대체요법(HRT)=폐경 후 급격히 떨어진 여성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하는 치료법. 비타민 등이 부족할 때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호르몬대체요법으로 안면홍조 등의 갱년기증상은 3개월 내에 90%이상 치료된다. 또한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골절은 50%정도 줄일 수 있으며 뇌혈관 질환과 대장암도 각각 20%, 30~50%가량 발생빈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 최근 안구건조증 및 폐경 후 목소리가 변하는 것도 호르몬 대체요법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임상결과가 나오고 있다. 호르몬대체요법은 크게 먹는 약과 붙이는 패취제, 질 크림제의 3종류로 나눌 수 있다. 먹는 약은 '생리'를 지속시키는 주기적요법제와 나타나지않게 하는 지속적요법제가 있는데 연령과 생리를 원하는지 등에 따라 결정한다. 위장관 질환이 있으면 혈액으로 직접 약효성분이 전달되는 패취제를 붙이며 질 위축이 심한 경우에는 질 크림제를 바른다. 호르몬대체요법은 80년대 말 우리나라에 도입돼 현재 45세 이상 여성의 약8% 정도가 복용하고있다. 이밖의 치료제로는 조직에 따라 선택적으로 에스트로겐 효과를 나타내는 SERM(Selective Estrogen Receptor Modulator)제제가 있다. 국내에는 오는 8월경 도입될 전망이다. 골다공증 예방ㆍ치료제로는 알렌드로네이트 제제가 있다. 박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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