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냐, 아니면 국민은행이냐.`
종합주가지수가 700선을 넘어서면서 향후 주도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인 삼성전자가 랠리를 이끌어왔지만 앞으로 유동성장세가 펼쳐지면 국민은행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정보기술(IT)주 랠리에 의해 오름세를 보여왔고 그 중심에 삼성전자가 있었지만 앞으로 상승장세 중반기의 유동성랠리가 이어질 경우 국민은행이 주도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국민은행은 각각 외국인이 지분율이 높은 수출주와 내수주의 대표주자로최근 외국인들이 다시 매수강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주가흐름은 크게 다르다. 삼성전자는 이미 연중 최고치 행진을 거듭하며 상장 후 최고가를 향해 돌진하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이제 바닥에서 탈피해 상승행진을 시작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경우 시세분출 과정에 진입한 반면 국민은행은 하락추세에서 벗어나 상승행진의 초기단계로 진단했다. 당장 주가는 삼성전자가 빠른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은행의 상승탄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장세가 `실적장세`에 머문다면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에 본격 유입되면 국민은행의 도전이 거세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IT랠리의 선봉장=이번 랠리를 이끈 주도주는 단연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15일 25만9,000원으로 바닥을 형성한 후 계단식 상승세를 거쳐 5월 중순이후 본격적인 상승행진을 보이며 8일에는 39만8,500원까지 상승, 53.9%의 상승률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40만원 대를 넘보는 것은 지난해 4월26일 이후 15개월 만이다.
외국인은 지난 4월말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본격적인 사냥에 나서 4월23일 50.06%였던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 7일에는 55.37%까지 치솟았다. 이는 이미 연초 수준을 넘어선 지분율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이 같은 매수세는
▲전세계적인 IT경기 회복 기대감
▲반도체가격 2분기 이후 회복세 지속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사업 분야의 성장성 부각 등이 그 배경으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호전을 이룰 것이란 예상에 따른 것이다.
송명섭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와 TFT-LCD 등 관련부품산업이 회복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며 “3분기이후 연말까지 IT주의 상승행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단기에 42만원, 중기적으로 46만원 선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은행, 유동성랠리 선취매=국민은행은 전형적인 후발 상승종목이다. 국민은행은 삼성전자보다 한 달 보름정도 늦은 4월1일 2만8,350원에서 바닥을 찍고 횡보과정을 거쳐 지난 6월부터 상승행진을 시작했다. 8일 주가는 전일보다 4.04% 오른 4만1,200원을 기록, 지난 2월25일 이후 5개월 만에 4만원대를 회복했다.
국민은행은 카드채 부실문제에 발목이 잡혀 삼성전자가 회복세를 탈 때 하락국면을 경험했지만 국민카드 합병 결정 이후 상승탄력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도 뒤늦게 매수에 가담해 지난 5월27일 68.12%까지 떨어졌던 외국인지분율이 지난 7일에는 다시 68.51%까지 높아졌다.
국민은행은
▲카드채 문제 해결 가능성에 따른 상승 모멘텀 형성
▲고점 대비 낙폭 과대(지난해 5월 고점대비 60% 수준)
▲유동성장세로 전환될 경우 대표적인 선호종목이라는 점 등이 호재로 부각돼 뒤늦게 외국인 매수대상에 올랐다.
메릴린치증권은 최근 국민은행의 순이익 전망치를 낮췄지만 목표주가는 5만2,000원으로 제시하고 `매수`를 권유했다. 주가수준이 낮아 매력이 높은데다 지속적인 마진율 향상이 가능하고 이자 외 수익 창출력이 높기 때문이다. 가격메리트를 앞세워 상승행진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주도장세 지속될 듯=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삼성전자와 국민은행 간에 벌어질 주도주 싸움은 가열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가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 삼성전자에 집중되고 있는데다 이미 40만원대를 넘어서 전고점을 향한 행진하는 `시세 분출 국면`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기적으로는 국민은행에 대한 관심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가가 하락추세를 탈피해 계단식 상승세에 접어들었고, 유동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수록 금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어 국민은행도 꾸준한 상승행진을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성호 교보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삼성전자가 초강세 행진을 이어가면서 현 장세를 주도하고 있지만 국민은행의 경우에도 하반기에 본격적인 실적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강한 상승흐름을 탈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