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이 급락하고 있으나 과거에 비해 원화가치가 고평가돼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최근의 환율하락은 오히려 물가안정을 통한 구매력 상승의 효과가 있어 내수를 부분적으로 회복시키는 동시에 거시경제정책의 폭을 넓히는 요인이 될 수 있는것으로 기대됐다.
이는 정부가 원.달러 환율의 추가하락을 막기 위해 지나친 시장개입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최근 환율하락에 대한 평가와 총수요 항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격하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즉, 지난달말 현재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지난해말과 비교했을 경우 무려 12.57%나 올라 일본 엔화 3.84%, 유로화 5.28% 등에 비해 상승폭이 크지만 지난2002년말과 비교하면 원화가치 절상률은 12.49%로 엔화 13.29%, 유로화 21.06%보다오히려 낮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또 자국통화와 무역상대국 통화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실효환율도 최근수준은 지난 2000년과 비슷하며, 각국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실효환율도 지난93년과 비슷해 현재 원화가치가 고평가돼 있다는 해석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환율하락이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강조했다.
보고서는 과거 통계를 분석한 결과 실질실효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감소와 수입증가로 이어지는데, 특히 단기적으로는 수출보다 수입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무역수지에는 마이너스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내수측면에서는 장기적으로 실질실효환율이 1% 떨어지면 민간소비는 0.1%, 설비투자는 0.5~0.8%, 건설투자는 0.3~0.4% 정도씩 증가하기 때문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또 이론적으로도 실질실효환율의 하락은 수입제품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내수증대 효과가 있고 물가안정에도 기여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KDI 조동철 박사는 "최근의 원.달러 환율 급락은 지난해 세계적인 달러약세에도불구하고 환율이 하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최근의 환율하락은 경상수지 흑자를줄이는 요인이 되지만 내수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DI는 이날 내놓은 `올해 4.4분기 및 내년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도 환율은 가능한한 외환수급 여건에 따라 결정되도록 시장원리를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강조했다,.
특히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외환보유액 증가는 국민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외환보유액은 비상 유동성의 확보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에 운용수익률이 이자비용보다 낮아 이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