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과장급이상 임금동결 선언 "비상경영 동참의지"

환율급락등 악재에 성장동력 상실 위기감…노조와 임금협상에도 상당한 영향 미칠듯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사옥에서 열린‘위기극복을 위한 결의대회’ 에서 현대ㆍ기아차 임직원 대표가 과장급 이상 전 임직원의 임금동결을 선언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의 과장급 이상 모든 임직원이 임금동결을 결의했다. 현대ㆍ기아차는 22일 오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과장급 이상 임직원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기극복 결의대회’를 갖고 “환율급락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1만1,000명에 달하는 과장급 이상 임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현대ㆍ기아차가 임금을 동결한 것은 외환위기(IMF) 당시인 지난 98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이 연초 비상경영 선포를 전후해 노조측에 임금동결을 촉구한데 이어 비노조원인 관리직 사원들이 이처럼 임금동결을 선언함에 따라 노조와의 임금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상 경영’얼마나 어렵길래?= 이번 임금동결은 원달러 환율의 급락과 고유가, 원자재가 상승 등 각종 악재들로 인해 이대로 가다간 올해 수익목표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인 성장동력마저 잃을 수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ㆍ기아차는 해외 판매가 76%에 달하는 반면 부품 국산화율은 97%를 넘고 있어 환차손으로 인한 매출손실에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평균환율이 950원에 머물 경우 매출손실이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올들어 8.1% 하락한 반면 엔달러 환율은 반대로 6% 올라 해외시장에서 일본차와의 가격경쟁력이 사실상 14%P나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미국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 매출실적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 2003년 9.0%를 정점으로 2004년 7.2%, 지난해 5.1% 등 매년 뚝뚝 떨어지는 상황이다. 갈수록 치열해 지는 세계 자동차 시장 경쟁도 이번 임금동결의 간접적인 요인이다. 김동진 부회장은 이와 관련, “경영위기에 직면한 GM과 포드가 미국내 판매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며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도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가볍게 한 미국업체, 4연 연속 임금동결을 통해 원가구조를 개선한 도요타 등 막강한 경쟁자로 인해 한층 어려운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3~5년 뒤를 대비하라”= 현대ㆍ기아차는 이처럼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는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미래를 대비한 연구개발(R&D) 등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수익구조의 악화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과의 격차를 줄이고 중국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비상경영을 통한 사전대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임금동결은 어려운 위기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새로운 도전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일본업체 대비 50~60% 수준이 생산성을 빨리 높이는 한편 일본의 도요타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한 연구개발 투자의 재원마련에 계속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요타가 지난해 현대차에 비해 10배나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4년 연속 임금동결에 나선 것처럼 생존을 위한 미래위기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ㆍ기아차는 이에 따라 ▦최고 수익을 위한 근원적인 경영체질 개선 ▦선진수준의 생산성 확보와 품질 향상 ▦핵심 신기술의 집중 개발 ▦글로벌화ㆍ현지화 지속적 추진 등 4대 핵심 과제를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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